이번 22대 총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정책 자료를 무성의하게 내거나 아예 내지 않은 군소정당들이 여럿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를 등록한 정당도 있었다.
10일 한국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를 낸 38개 정당 중 6개 정당(금융개혁당, 기후민생당, 내일로미래로, 신한반도당, 한나라당,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은 선관위에 정당정책과 후보자공약을 모두 제출하지 않았다. 3개 정당은 선관위 홈페이지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가 등록돼 있었다.
히시태그국민정책당 관계자는 정책을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정책을 낼 때 준비를 못했다”라고 답했다. 뒤늦게 10개 정책을 만들었지만 4개는 정당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개했고, 6개는 문자메세지로 당원에게만 발송했다.
지난 2일 열린 군소정당 토론회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나이가 많아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 공보실 관계자에 따르면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정당정책이나 후보자공약을 제출하지 않아 받는 불이익은 없다.
금융개혁당 관계자는 “인쇄물을 제작하지 않은 정당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책 자료가 게시되지 않는다”라며 “선거보조금을 못 받아 돈이 부족해 인쇄물을 못 찍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인쇄물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PDF 파일로 제출해도 홈페이지에 게시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4개 정당은 인쇄된 선거공보물 없이도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책을 올렸다. 8개 정당만 전국에 인쇄된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발송했다.
3개 정당(미래당, 신한반도당, 한나라당)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정당 연락처로 사용할 수 없는 전화번호를 올려놓기도 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하단에 적힌 다른 2개 번호도 사용할 수 없는 번호였다. 신한반도당, 한나라당은 정당정책과 후보자공약을 모두 제출하지 않은 정당이기도 하다.
정책 자료를 무성의하게 제출한 정당도 있었다. 가가국민참여신당은 10개 정당정책의 ‘이행방법’과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전부 ‘대한민국 국회로부터’, ‘2024년 3월 14일’, ‘정부’라고 작성해 제출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38개로 투표지 길이는 51.7cm에 달한다. 역대 최장 길이다. 정당 사이 여백도 지역구 투표용지보다 작다. 이에 따라 국민 불편은 한층 심해졌다. 10일 투표소에서 나오던 임성훈 씨(57)는 “정당 수가 너무 많아 잘못 찍을까 봐 걱정된다”라며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서 접기도 힘들다”라고 말했다.
긴 투표용지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인해 수(手)검표 절차가 도입되면서 개표 시간도 2시간 정도 지연된다. 34개 정당, 길이 46.9cm의 투표지까지만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시간씩 밀려 지역구는 11일 새벽 2시 전후, 비례대표는 늦은 새벽이나 아침 정도에 개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임다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