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잃은 성시경, '학폭' 피해 아버지 찾아간 이유 재조명

입력 2024-04-11 14:01
수정 2024-04-11 14:02

연예계가 잇따라 배우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몸살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온라인상에서 과거 가수 성시경이 학교폭력으로 극단 선택을 한 절친한 친구의 아버지와 연을 맺게 된 사실이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학폭에 대해 소신 발언한 연예인'이라는 등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이를 본 누리꾼들은 "학교폭력 논란이 뜬 연예인들이 이걸 봐야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대기업 다니던 성시경 친구 아버지, 푸른나무재단 설립한 사연
성시경의 고교 시절 가장 친한 친구로 알려진 고(故) 김대현 군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95년 6월 8일, 심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S 전자 임원이던 김군의 아버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여년간 몸담던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폭력 예방 활동에 뛰어들었다. 같은 해 '푸른나무재단'을 설립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에 알리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돕는 재단을 만들었다.

김군의 아버지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 이사장은 다시는 자신과 같은 불행한 아버지가 없길 소망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재단을 지키고 있다. 특히 앞서 김 이사장은 2022년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성시경에 대한 고마움을 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성시경은 반포에 같이 살았고 우리 대현이하고 무척 친했다"며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이 이어준 소중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한 달 뒤였던 같은 해 5월 성시경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제일 친한 친구였는데 지옥 같은 일이 일어났고, 그 전엔 학교폭력이라는 단어가 없었다가 당시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며 "(학교폭력은) 만연했지만, 경각심을 갖지 않았던 문제다. 어쩌면 누군가는 해 줘야 할 일이었는데, 아버님께서 혼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올인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송에서 김 이사장은 "지금도 명절 때 찾아오는데, 얼굴이 알려진 탓에 모자를 푹 눈 밑까지 쓰고 와서 '아버지, 안녕하세요' 절하고 '소주 한잔하시죠' 하며 찾아온다"고 했다. 성시경은 김군의 생일이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김 이사장을 찾아 인사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각 방송에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기도 했다. 성시경은 "학교 폭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일"이라며 "앞으로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10명 중 4명 '학폭으로 극단선택' 생각…"진심 어린 사과 필요"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등 현재 여러 시스템을 갖추기에 이르렀지만, 근래에도 끊임없이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당 조치 역시 학교폭력 인지 후 학교 측 대응 지침을 규정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을 명시한 법이 아니다. 학교폭력 공소시효 역시 관련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형법상 폭행죄(공소시효 5년)나 상해죄(7년), 강제추행(10년)을 적용한다.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9월 12일 발표한 '2023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에 따르면, 응답자의 38.8%는 학교폭력 피해를 본 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2021년 조사(26.8%) 대비 12.0% 포인트나 급증한 비율이다. 피해 학생 1명이 경험한 학교폭력 유형은 평균 3.8개로, 학교폭력 가해·피해 양상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피해 경험 후 가장 필요한 것으로는 '가해 학생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18.2%)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피해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14.7%)이 뒤를 이었다. 이 조사는 2022년 12월 19일부터 지난해 2월28일까지 전국 초중고 학생 7242명과 교사·학부모·변호사 2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