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 남발하는 기술특례 IPO...1곳 빼고 죄다 실적 하회

입력 2024-04-09 14:46
이 기사는 04월 09일 14: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혁신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상장한 기업에 잇달아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 제도로 상장한 시큐레터와 파두가 실적 부풀리기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상장 후 매출과 순이익의 추정치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파두는 지난해 예상 매출액을 실제보다 2000억원 이상 높게 잡았고, 시큐레터는 내년 회계연도의 수익을 앞당겨 잡았다는 회계부정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2022년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모두 54곳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해 상장한 기업 대부분이 자신들이 제시한 실적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놨다.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상장한 54개 기업 중 작년 실적을 공시한 기업은 모두 48곳이다. 실적을 공개한 48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 순이익이 상장 전 예상치를 넘긴 기업은 퓨런티어 한 곳이다. 2022년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퓨런티어는 지난해 순이익 75억원을 기록해 상장 전 예상치(68억원)를 넘어섰다.

퓨런티어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상장 전 예상 실적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외국계 특례상장 2호 기업인 네오이뮨텍은 지난해 5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상장 전 예상치(188억원 흑자)와 차이가 컸다.



2021년 상장한 바이오기업 에이비온은 지난해 31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92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상장한 풍원정밀은 지난해 2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상장 전에는 4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외에 애드바이오텍도 예상 순이익(134억원 흑자)이 실제(순손실 54억원)와 차이가 컸다.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매출액과 순이익에 대한 명시적 요건이 없다. 다만 ‘사업모델 수립 수준’, ‘생산 및 품질관리 역량’, ‘판매처 확보 수준’ 등 평가 항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평가할 수 있고, 실적이 높을수록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지난해 전체 상장기업(82개) 중 42%(35개)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자금조달과 벤처캐피탈(VC)의 원활한 투자금 회수를 돕기 위해 상장 문턱을 의도적으로 낮춰서다. IPO 시장이 침체를 겪던 2022년에도 28개의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시큐레터와 파두 논란으로 재정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증권사 등은 지난해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이달 말 IPO주관 개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증권사에 선취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안과 증권사별로 자체 공모가 선정 기준 수립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