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쓰던 거면 어때요"…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 '대폭발'

입력 2024-04-09 14:49
수정 2024-04-09 18:12

중고 거래가 한국 소비시장의 주요 패턴 중 하나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보다 '남이 쓰던 물건'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것도 중고 시장이 부상한 이유로 꼽힌다.

9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중고 제품을 구매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한국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세계 2만5000여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2023 보이스 오브 인더스트리' 설문조사에서 중고 제품을 구매할 때 온라인 채널을 사용한다고 응답한 국내 소비자의 비중이 57.5%에 달한 것이다. 그 뒤를 튀르키예(56.4%), 중국(53.1%), 독일(51.4%), 스페인(50.7%)이 이었다.

국내 중고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 바로 '중고 명품'이다. 코로나 보복 소비 열풍을 거치며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고물가에 더해 명품업계가 가격 줄인상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 백화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인기 모델을 소장하기 위해 중고 제품을 찾는 경우도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흐름에 국내 대표 중고명품 플랫폼인 구구스의 거래액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분기 기준 최대 거래액인 6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금액이다. 쉽게 물건을 구할 수 없는 하이엔드 브랜드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롤렉스의 판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고, 에르메스는 21%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는 가방뿐 아니라 의류·주얼리를 중고로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구구스의 올 1분기 의류 거래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주얼리는 38% 성장했다. 구구스 관계자는 "희소성 있는 하이엔드 브랜드 상품, 일명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는 물론 일반 중고 명품 업체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의류, 신발, 악세서리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함으로써 타 플랫폼 대비 경쟁력을 내세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대가 있는 중고 명품의 경우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려는 고객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구구스는 오프라인 매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달 초 구구스는 서울 한남동에 26번째 매장을 열었다. 한남동의 고소득 소비자들을 공략한 이 매장은 품질이 좋은 하이엔드 중고 명품을 매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출점됐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