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직행? 당분간 잠행?…'한동훈·이재명' 총선 뒤 운명은

입력 2024-04-09 18:24
수정 2024-04-10 10:29

4.10 총선 결과에 따라 여야의 미래 대권주자로 언급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조국혁신당의 돌풍 정도에 따라 대권주자로서 조국 대표의 영향력도 달라진다. "120~130석이 한동훈 합격선"가장 이목이 쏠리는 인물은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한 위원장이다. 정치권에선 한 위원장의 '시험 커트라인'은 여당 의석 수 120~130석 수준으로 본다. 국민의힘이 130석 이상 확보할 경우 한 위원장의 여당 내 위상이 높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야권의 입법권 독점(180석) 저지가 가능한 121석 이상만 확보하면 선방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약 국민의힘이 원내 1당 지위를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대권 탄탄대로가 열린다.

이 경우 한 위원장이 바로 당권에 도전해 당내 입지를 탄탄히 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위원장도 일각의 총선 후 미국 유학설에 대해 "어디 가서 공부할 나이가 아니라 봉사할 때"라며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소방수' 역할을 넘어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얻더라도 당분간 정치활동을 자제해야 한 위원장의 신선함이 유지될 것이란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도 있다.

국민의힘이 110석 아래 의석을 얻거나 개헌저지선(101석)마저 깨질 경우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분간 잠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동훈 대세론'도 당분간 수면 밑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이 드러났던만큼 대통령실에서 유력 미래주자인 한 위원장의 거취 결단을 압박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범야 180석이면 이재명 '탄탄대로'이재명 대표의 경우 원래 민주당 목표였던 과반(151석 이상)을 얻는다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남아있지만 현 정부의 힘을 빼는 효과가 있어 리스크의 크기가 줄어들 가능성도 언급된다. 만약 범야권이 단독 패스트트랙 추진이 가능한 180석 이상을 얻는다면 확실한 민주당의 승리다. 당의 주류를 친이재명계로 바꾸는 데 성공하게 되는만큼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이후 대권까지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범야권이 200석을 넘는다면 현 정부의 레임덕이 시작돼 야권 입장에선 힘을 더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을 얻지 못한다면 이재명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예컨대 민주당이 146석 정도의 의석을 얻고, 조국혁신당을 합쳐야 160석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면 독자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각종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 쥔 조국혁신당과 무조건 협의를 해야 한다. 당내 일부 세력의 탈당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조국 대표가 민주당 의원들을 흡수한 후 합당해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총선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만큼 뱃지를 유지할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만약 인천 계양을에서 경쟁자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에 패배할 경우 원외주자가 돼 당내 입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주요 여론조사 상 이 대표는 원 후보를 앞서있다. 조국, 대권주자로 부상할까 조국혁신당이 주요 여론조사 상 예측 대로 11~17석을 차지한다면 조국 대표도 유의미한 영향력을 얻는다. 민주당이 법안처리나 패스트트랙 등을 진행하는데 조국혁신당의 협조를 받아야할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향후 민주당 내 비이재명계 현역 의원을 영입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20석)를 이루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야권 대권 후보를 두고 조 대표가 이 대표와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대표는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 입성이 확실시된다.

다만 조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어 향후 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게 변수다. 조 대표는 지난 2월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돼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