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하이브리드카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현상)에 빠지면서 하이브리드가 대체재로 떠오른 여파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점점 커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모두 380만 대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 늘었다.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전기차는 이 기간 2.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45%나 증가했다고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모터인텔리전스는 보도했다.
하이브리드 열풍의 수혜는 도요타에 집중됐다. 도요타의 1분기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20만3178대로, 작년 1분기(11만6288대)보다 75% 증가했다. 충전식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판매도 크게 늘었는데, 렉서스는 1년 전보다 무려 766% 급증했다. 도요타는 렉서스를 포함해 모두 24개 차종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미국에서 팔고 있다.
포드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3만8421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카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스텔란티스 역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인기를 끄는 데는 지난겨울 한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방전으로 인해 전기차가 멈추고 충전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지난 2월 실시한 전기차 선호도 조사에서 ‘다음 차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비자 비율은 24.4%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이 수치는 29.2%였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이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을, 기아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소형 SUV 셀토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서둘러 추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3만9424대)가 3.8% 늘었지만, 기아는 1만6815대로 15% 감소했다.
김재후/빈난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