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로 R&D 실탄 마련…내년 기술수출 성과낼 것"

입력 2024-04-09 18:14
수정 2024-04-10 00:57
“새로 확보하는 연구자금으로 임상 1상을 연내 마치고 내년엔 본격적인 기술수출(LO)에 나설 계획입니다.”

1세대 신약벤처 신라젠의 김재경 대표(사진)는 9일 회사의 새로운 먹거리인 항암제 후보물질 BAL0891의 사업계획을 이같이 밝혔다. 신라젠은 1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 중 573억원은 BAL0891의 임상 개발에 쓸 계획이다.

BAL0891은 신라젠이 2022년 스위스 제약사 바실리아에서 도입한 항암제 후보물질이다. 도입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상태였고 지난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말에는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전직 임원의 횡령과 배임으로 한때 주권 거래가 정지됐다. 2021년 상장사 엠투엔이 인수하면서 경영이 정상화됐고 2022년 10월 거래가 재개됐다. 진단업체 랩지노믹스의 창업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2022년 8월 신라젠 대표를 맡았다.

BAL0891은 암세포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차단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시중에는 아직 비슷한 약이 없다. 신라젠은 한국과 미국에서 260명의 췌장암 및 위암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임상 1상 환자 규모로는 이례적으로 많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대표는 “임상 1상부터 충분히 많은 환자를 모아 다국적 제약사가 신뢰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젠은 BAL0891의 단독 임상뿐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화학항암제 또는 면역항암제와 함께 투약하는 병용임상도 할 예정이다.

신라젠의 선도 후보물질인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운명도 올해 결정된다.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이 펙사벡을 기술도입할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지난 1월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성분명 세미플리맙)를 신장암 환자에게 병용투여한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됐다. 김 대표는 “리브타요가 단독으로는 효능을 입증하지 못한 신장암에서 펙사벡을 함께 투여해 효능을 확인했다”며 “리제네론이 펙사벡을 기술이전해갈지 또는 임상 3상으로 재차 검증에 나설지 등이 올해 판가름 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