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면 최소 20년은 쓰는 가전제품.’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평가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부자들의 필수 혼수’로 불리며 명품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요 몇 년 국내에선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과 LG가 밀레의 텃밭인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한 탓이다. 자신의 ‘안방’에서 막대한 광고·마케팅을 쏟아부으니 밀레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했던 밀레의 전략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명품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최문섭 전 멀버리코리아 대표(사진)를 8일 밀레코리아 신임 대표(한국 법인장)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최 신임 대표는 26년 넘게 유통·소매업 분야에 몸담은 ‘비(非)가전맨’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진 에르메스코리아 상무로 유통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21년 2월부터 영국의 명품 패션업체 멀버리의 한국 대표를 맡아 사업을 키웠다.
밀레코리아가 최 대표를 점 찍은 가장 큰 이유는 명품 사업을 총괄해본 경험 때문이다. 밀레는 다른 가전 브랜드보다 30% 이상 비싸다는 단점을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상쇄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마케팅보다 기존 고객이 퍼뜨리는 입소문에 의존하다 보니 확장성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2021년 밀레코리아는 매출 561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거뒀지만 2022년엔 각각 496억원, 1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의 국내 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최 대표가 밀레의 마케팅을 보완해줄 것”으로 평가했다.
밀레가 최근 디지털 경영에 적극적인 것도 최 대표 영입과 무관하지 않다. 라인하르트 진칸 밀레 공동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래 가전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라며 “AI를 기반으로 고객의 삶이 있는 모든 공간을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멀버리코리아 대표 시절인 2021년 멀버리 온라인 스토어를 업그레이드해 고객 직배송 체제를 구축할 정도로 디지털 경영에 솜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밀레코리아는 최 대표 영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최 대표는 “밀레 프리미엄 가전의 가치와 품질을 국내에 널리 알리고 고객 접점을 늘려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