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나란히 내세운 주요 공약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될지 관심이 쏠린다. 여야는 도심 철도 지하화를 비롯해 간병비 급여화 등 사실상 내용이 비슷한 ‘도플갱어 정책’을 밀어붙이며 경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이나 재원 마련 등 현실적인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따르면 양당은 민생을 강조하며 교통과 복지, 인구 문제 등과 관련해 비슷한 정책을 내놨다. 도심 철도를 지하화한다는 공약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경부선·경인선 일부 구간을 포함한 서울 주요 고속도로를 지하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하철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포함한 전국 철도의 ‘예외 없는 지하화’를 내세우고 있다. 양당은 지하화를 통해 확보한 부지에 주택과 공원, 문화시설 등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지난달 2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으로 다시 불붙은 ‘국회 세종시 완전 이전’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가 공약한 것 아니냐”며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공약이 이뤄지면 여의도 일대 고도 제한이 풀려 마포·영등포·동작·용산구 등 인근 지역 개발이 수월해진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해법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인구부’,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액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급여 액수를 늘려나가겠다는 기조는 일치한다.
이외에 양당은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간병비 급여화를 입법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경로당에 주 5일 이상 점심밥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모두 노인층을 겨냥해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공약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여야의 선심성 정책이 이어지면서 큰 틀에서 두 당의 정책이 비슷해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약이 입법으로 이어지는 데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원 마련 방안이 미비한 공약은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며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진단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