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코인) 장외거래를 미끼로 한 강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코인을 팔겠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해 현금을 강탈하는 방식이다.
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30대 남성 3명을 지난 4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일 오후 1시께 평소 친분이 있던 피해자에게 “코인을 저렴하게 판다”며 유인한 뒤 현금 5억5000만원을 강탈해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코인 거래’를 미끼로 한 강도 범죄는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새벽엔 서울 역삼동의 한 길거리에서 코인을 거래하자며 피해자를 속인 뒤, 1억원을 받아 돈을 세는 척하다가 그대로 들고 도주한 사건이 벌어졌다. 2월에는 인천 송림동에서 40대 개인투자자로부터 현금 10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같은 ‘코인 미끼’ 강도 범죄에는 테더(USDT) 코인이 악용되고 있다. 테더는 가격 변동이 최소화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미국 달러와 1 대 1 가치로 연동되는 특징을 지녔다.
최근 코인 강도 피의자들은 ‘시세보다 싸게 테더로 송금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테더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꼬드기는 것이다. 하지만 가치가 고정된 테더 특성상 시세보다 싸게 팔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테더의 인기는 최근 몇 년 새 높아졌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더블록’에 따르면 테더는 2023년 세계 스테이블 코인 공급 점유율의 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악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22년을 전후로 범죄 자금 확보를 위해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자금에 이용된 가상자산의 60%가량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집계됐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안정성이 높은 테더를 조금이나마 싸게 사려는 사람이 늘자 범죄자들이 이를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