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의 골프인사이드] 세계 1위 웃고 울린 '기술 집약체' 퍼터

입력 2024-04-07 18:47
수정 2024-04-08 00:24

‘우승 없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약 20주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꼬리표를 떼어낸 데는 퍼터의 역할이 가장 컸다. 퍼터를 말렛형으로 바꾼 직후 지난 2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피닉스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까지 거머쥐었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퍼터에 드라이버보다 많은 기술 특허가 들어 있다. 퍼터 변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카스텐 솔하임(1911~2000)과 스카티 카메론 등 2명의 미국인이다. 솔하임은 헤드에 볼이 맞는 ‘핑’ 소리 그대로 브랜드명을 ‘PING’이라 지었다.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대를 이어가는 클럽 제조사다.

솔하임은 40대까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1959년 핑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미국에 한창 골프붐이 일던 시기다. 가족의 부업으로 시작했지만 첫 퍼터는 전 세계 퍼터의 60%를 점유할 만큼 명성을 얻었다. 토-힐 밸런스와 헤드 페이스의 정밀주조공법을 처음 내놓은 것이 핑이다. 핑의 ‘앤서’는 1966년 제작돼 가장 많이 팔린 퍼터, 가장 많은 우승 수를 가진 모델이 됐다.

스카티 카메론은 제작자 이름이 브랜드다. 카메론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퍼터 제작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1990년대에 여러 브랜드의 퍼터를 제작했고 미즈노에 독점적으로 퍼터를 공급하기도 했다. 1992년 핑 앤서 모양 헤드를 미즈노에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자 아예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버렸다. 1994년 타이틀리스트를 만드는 아쿠쉬네트가 스카티 카메론을 인수했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퍼터로 함께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퍼터 브랜드가 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퍼터는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1902~1971)가 사용한 ‘캘러미티 제인’이다. 존스는 이 퍼터로 1923년부터 7년간 21개 메이저대회에 출전해 13승을 달성했다. 낡았지만 은빛 찬란한 이 퍼터로 공을 때리면 청명한 금속 소리가 난다.

손은정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