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만명…AI 인재 직접 키우는 LG

입력 2024-04-07 18:10
수정 2024-04-15 16:30

“자, 이제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는 겁니다. 각자 로직을 만들어보세요.”

지난 6일 경기 이천에 있는 LG그룹 연수원(LG인화원) 강의실에 일순 정적이 흘렀다. 좌석을 꽉 채운 ‘인공지능(AI) 예비 전문가’ 99명에게 만만치 않은 숙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잡담은 사라지고 키보드 소리만 가득했다.

이날 ‘미션’을 수행한 이들은 LG그룹의 청년 AI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LG에이머스(Aimers)’에 참여한 전국 대학생과 청년들이다. 지난 한 달간 온라인 교육을 통해 AI 모델 개발 방법을 배운 3014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99명이 1박2일(6~7일)짜리 LG인화원 초청장을 받았다.

이들은 AI 모델을 개발한 바로 그 자리에서 ‘AI 고수’들로부터 검증받았다. LG AI연구원의 박사급 팀 리더 8명이 멘토로 참가해 하나하나 지도한 것. 한 관계자는 “몇몇 학생의 AI 모델은 당장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LG그룹이 LG에이머스를 시작한 건 2022년이었다. AI 인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된 만큼 직접 AI 인재를 키워보자는 의도에서였다. LG는 그렇게 매년 상·하반기에 한 번씩 이 행사를 정례화했다. 학생과 청년들의 호응은 LG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세상 어디에나 써먹을 수 있는 그 귀한 AI 실무 지식을 공짜로 얻을 기회여서다. 여기에 LG 계열사 취업 때 가점도 받을 수 있다. 지난 2년간 1만 명에 달하는 청년(19~29세)이 이 교육을 신청한 이유다.

교육은 한 달간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올 상반기 과정은 머신러닝 수학, 예측 단서 스코어링 모델 개발, AI 지도학습 등 33개 강의로 구성됐다. 난이도는 석사급 수준. 이론보다 실무에 방점을 둔 게 다른 AI 과정과의 차별화 포인트다. 이날 진행한 오프라인 과정은 LG 계열사들이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는데, 모든 문제는 산업 현장의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예컨대 작년 하반기 과제는 온라인 유통 채널별 판매량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LG에이머스를 졸업하고 지난해 하반기 LG유플러스 추천기술팀에 입사한 강진모 선임은 “산업 현장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서 AI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강 선임은 LG에이머스에서 배운 지식 등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에서 AI·머신러닝 기반 추천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

기수마다 교육 강좌가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AI 최신 트렌드와 산업 현장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2022년 하반기부터 네 기수 연속 LG에이머스에 참가한 전주혁 씨(세종대 4학년)는 “매번 새로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최신 실무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게 LG에이머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6~7일 LG인화원에서는 LG AI연구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7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채용 박람회’도 열었다. 각 계열사 본사에서 나온 채용 전문 컨설턴트가 1 대 1 맞춤 상담을 해줬다.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팀은 LG 계열사에 지원할 때 서류 전형을 면제받는다.

LG는 LG에이머스를 그룹의 대표 인재 육성 프로그램으로 키울 계획이다. 서정연 LG AI연구원 인재육성위원장은 “LG에이머스 강의 자료를 대학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도 AI 실무를 익힐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천=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