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 등 한평생 궂은일을 하며 어렵게 모은 전 재산 5000여만원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6일 부산 북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만덕동 한 요양병원에서 권옥선(86) 할머니가 숨을 거뒀다.
권 할머니는 지난 1월 자신의 전 재산 5000여만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에게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만덕3동 행정 복지센터, 적십자 등에 기부했다.
이 돈은 기초생활수급자인 권 할머니가 가사도우미 생활을 하면서 평생 모은 재산으로 알려졌다.
권 할머니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느꼈던 서러움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느끼지 않길 바랐다고 한다. 이에 형편이 어려운 아이를 위해 써달라며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할머니는 구청 직원에게 "세상 떠날 때는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재산을 기부한 할머니는 빠르게 쇠약해졌다. 지난달 21일 인근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했고, 코로나19 등의 확진 판정을 받으며 호흡곤란·심부전 등을 겪다가 끝내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자녀 등 연고자가 없던 탓에 북구청이 지역의 한 장례식장을 빌려 공영장례로 모셨다. 북구 관계자는 "살아생전에는 고독한 삶을 사셨으나, 나눔을 실천하며 보여주신 온기는 우리 사회에 오래 남아 기억될 것 같다"면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