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1만5000엔(약 4만4500~13만3500원)이면 집에서 월 2회 재택의료를 받을 수 있다.”
나가노현이 일본 최고의 건강·장수 지역으로 거듭난 비결로 왕진(방문 진료) 전통을 빼놓을 수 없다. 고마쓰 히로카즈 사쿠종합병원 지역케어과 부장(전문의·외과과장·사진)은 5일 인터뷰에서 “나가노현은 지역밀착형 의료 서비스의 역사가 깊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사쿠종합병원은 일본 왕진 의료의 발상지다. 와카쓰키 도시카즈(1910~2006)라는 선구자 덕분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1945년 3월 이 병원의 외과의장으로 부임한 와카쓰키는 의사가 없는 농촌 지역에서 출장 진료를 시작했다. 1946년 10월 원장에 취임한 그는 ‘치료는 예방을 못 이긴다’는 슬로건을 걸고 잠재질병의 개념을 확립했다. 고마쓰 부장은 “최근 보험업계의 화두인 ‘프라이머리 헬스케어’(환자와 초기 접촉을 통한 예방과 치료 통합형 포괄 보건 의료)를 일찍부터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쿠종합병원은 1947년 병원 환자급식, 1959년 지역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현대식 건강검진을 일본에서 처음 시행했다.
1980년대 나가노현의 병원들은 왕진과 간병을 묶은 방문 진료를 시작했다. 오늘날엔 방문 진료에 원격의료까지 합쳐진 재택의료로 진화했다. 일본은 2022년 4월 초진을 포함한 원격의료를 완전 자율화했다. 나가노현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한 병원의 비율은 38.9%로 야마가타현(42.4%)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높다.
왕진과 방문 진료의 회당 의료비는 7500~9000엔. 각종 가산금을 포함하면 월 5만엔가량이 든다. 하지만 의료보험 덕분에 고령자들은 10~30%만 부담하면 재택의료를 받을 수 있다.
고마쓰 부장은 “지역 격차와 도농 격차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재택의료 수요는 반드시 증가할 것”이라며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한국은 보다 부담이 적은 재택의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쿠=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