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7.2의 강진으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가 838억원 규모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피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TSMC의 손실 규모가 보험 보상금을 공제하고도 20만대만달러(약 838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애널리스트 분석을 인용해 지난 4일 보도했다. 이 매체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팹(제조공장)은 빔과 기둥이 부러져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연구개발 실험실 벽이 갈라진 피해도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무엇보다 초미세공정 필수 장비인 EUV 노광장비의 피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한국에 있는 EUV 부품을 대거 대만으로 공수하고 있다. 또 EUV·DUV(심자외선) 노광장비 유지·보수를 위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한국법인 엔지니어 50여 명이 대만으로 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피해가 생각보다 크다”며 “인력 지원이 많이 필요한 상태로 EUV·DUV 엔지니어들이 TSMC에 직접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TSMC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웨이퍼 팹 장비 복구율이 70% 수준이라고 진화에 나선 상태다. 대만 타이난 남서부에 있는 최신 공장 팹18의 복구율도 80%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장비의 파손은 있으나 EUV 장비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EUV가 상당히 예민한 장비인 점을 감안할 때 일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포토마스크를 보호하기 위한 주요 부품인 EUV 펠리클은 지진이나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진에도 불구하고 성숙 단계 공장들의 설비 가동률이 50~80%인 점은 손실이 빠르게 복구됐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