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청년 세대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젊은 층이 바라는 ‘공정’이라는 가치를 단호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천 송도 유세 직후 인근 카페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고도 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는 지금의 청년들처럼 삶이 힘들지 않았다”며 “4050 세대가 소외됐다며 세대를 갈라치기 하는 정치는 해로운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 보호를 선거 목표로 삼는 것도 공정의 기본부터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공정한 척조차 하지 않는 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그는 4·10 총선이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선택의 기로임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자율 경쟁을 통해 전체 ‘파이’를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며 “다 같이 더 잘 살 생각을 하는 대신 경제를 하향 평준화하려는 세력이 득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장려하는 문화 △공정한 룰 세팅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등 세 가지를 국가 경제의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 아침 대학가가 밀집한 서울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쳤다. 이후 식사를 거른 채 저녁까지 서울·수도권을 돌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도 인천 송도와 김포 지원 유세 사이에 막간을 이용해 진행됐다. 악수를 하느라 상처가 난 손에는 반창고가 이곳저곳 덧대져 있었다.
한 위원장은 “역대 총선 결과를 보면 예상이 맞아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변’을 위해 끝까지 몸을 불사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투표에서 밀린다면 달리기 시합 때 50m 뒤에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쉽지 않은 선거지만 투표율이 올라가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정소람/박주연 기자
다음은 한 위원장과의 1문1답.
▶현재 판세를 어떻게 보고 있나.
“잘못하면 개헌 저지선(100석)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나오시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려 있다. 우리가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많았지만, 조사 마다 결과가 엇갈리지 않나. 열어 봐야 안다.”
▶사전 투표 참여가 늘면 야권에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렇지 않다. 투표율이 올라가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사전 선거를 믿지 못해 참여하지 않는 유권자가 많았던 것을 안다. 그러나 사전 투표에서 밀리면 쫓기며 출발하는 것이다. 패배 의식을 갖게 된다. 초반부터 신이 나야 한다. 사전 투표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독려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30이 이번 총선의 스윙보터로 꼽힌다. 청년층에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생각인가.
“먼저 누린 세대로서 청년층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우리가 젊었을 땐 고도 성장기였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모든 게 쉽지 않다. 국가가 청년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건 능력에 따른 공정한 사회다. 앞으로도 그 가치를 단호하게 지켜나갈 것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4050 소외론'을 주장했는데.
"선거 공학적으로 한 말이긴 하지만, 갈라치기를 하더라도 그런 갈라치기는 처음 봤다. 4050이 소외받은 계층인가.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이고, 그 자체로 해로운 정치라고 본다. 본인은 장학금, 보조금 다 타가며 혜택 받고 살지 않았나. 웅동학원을 헌납하겠다고 하고 답이 없지 않나. 부도덕한 행위를 해놓고 약속에 대한 답도 하지 않는 사람이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걸 잘 설명하는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을 상대로 ‘범죄자 심판’이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 당에 이재명, 조국 대표처럼 중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 양문석·김준혁·박은정 같은 후보가 있나. 범죄자를 지키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정당을 보면서 “이정도 범죄는 괜찮다”는 룰이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공동체가 지켜 온 공정의 원칙을 무너뜨려 놓고, 대한민국 시스템에 복수를 외치는 위험한 세력이다. 극단주의자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는 순간 나라가 망하는 길로 들어선다.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들이 그랬다.”
▶조국혁신당의 ‘사회권’ 개념 등에 대해 ‘조국식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조국 대표가 주장한 사회연대연금제를 보면, 대기업이 임금을 깎으면 세금 혜택을 준다고 했다.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심리적 만족감을 위해 다같이 못 사는 방향으로 가자는 철학이다. 자유 시장 경제에 반하는 이야기다. 더 우스운 건 본인들은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 감옥에서도 영치금을 벌고, 사건 하나에 22억원을 벌어도 전관예우가 아니라고 하지 않나. 자기들은 돈에 그렇게 집착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임금을 깎으라는 것인가.”
▶평소 경제관은 어떤가
“경제관은 결국 정치관이자 인생관이다. 경쟁을 장려하고, 공정하게 룰을 지키고, 경쟁에서 지거나 경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검사 생활을 할 때도 이 세가지를 중요한 판단의 도구로 삼아 왔다. 이 원칙을 토대로 유연한 경제 정책을 펼쳐나가고 싶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무기로 반도체 산업의 틀을 바꾸는 시대다. 적응이 필요하다. 어느 경제 블록에 소속되느냐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때 북·중·러 블록에 치우쳐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회복시켰다. 국익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한 거다. 여전히 이번 총선을 ‘신한일전’이라고 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 ‘국뽕 정치’는 가능하지만 ‘국뽕 경제’를 하는 순간 나라는 망한다. 책임있는 정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른 길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5세 무상보육 등 다양한 민생 정책을 내놨는데,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정치는 우선순위의 예술이다.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5세 무상보육 등 정책을 내놨는데, 포퓰리즘이 아니라 인구 위기라는 절체 절명의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최고 우선순위는 저출생이다. 여기엔 과감히 재원을 배분해야 한다.”
▶여전히 ‘정권 심판’을 말하는 유권자가 많다.
“정부는 원래 견제받고 비판받아야 한다. 그런 불만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는 민심에 순응하려고 노력한다. 이종섭·황상무 문제에 대해서도 민심을 따랐다. 의대 정원 문제도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조율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반대로 야당은 문제가 된 후보들이 많음에도 밀어붙인다. 판세에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한 거다. 표만 보고, 민심을 보지 않는 정당과 우리는 다르다.”
▶의대 정원 문제는 협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껏 개혁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대화의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제가 건의했고, 정부도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숫자(정원)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총선을 지휘하면서, 직접 출마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는 없나
"모든 건 결과론이다. 저는 이 선거를 제가 이끌기 위해서는 제가 불출마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공천 과정에서 제 리더십을 따르기 어려웠을 거다. 말로만 "희생한다"고 하며 믿으라기엔 정치권에서 저를 아는 사람이 없지 않았나. 제가 이 총선에서 가져갈 것이 없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총선 이후에도 정치를 하겠다고 시사했다.
“‘유학설’ 같은 건 외부에서 지지층을 흔들기 위한 공세다. 공공선을 추구하는 게 정치인으로서 가진 목표다. 여러 인생의 파고가 있을 때에도 이 원칙을 동앗줄처럼 생각해 왔다. 정치인이 되면서 인생이 복잡해졌지만, 파도는 늘 친다.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게 리더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투표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정부·여당에 실망했다고 하더라도, 저를 보고 한번이라도 찍어주시면 좋겠다. 그걸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가져간다고 생각해 보라. 그냥 200석이 아니라 김의겸, 최강욱 같은 사람으로 200석이 채워지는 거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과정에서 합리적인 비명 인사들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뭐든 부끄러움 없이 할 사람들만 남았다. 2020년 총선 때는 눈치라도 봤지만, 이제는 통합진보당 같은 세력과 대놓고 손을 잡는다. 이런 극단주의자들이 주류 사회를 잠식하지 않도록 소중한 표를 행사해 달라."
인천=정소람/박주연/사진=최혁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