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단위 펀드를 보유한 MBK파트너스와의 협력 여부에 따라 인수전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에서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추에이션(SS)펀드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제주항공은 앞서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과 함께 사업부의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됐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가격은 5000억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MBK파트너스는 LCC 1위인 제주항공이 기존 여객부문에 더해 아시아나의 화물 네트워크까지 확보한다면 압도적인 지위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협력을 추진해왔다. 협상이 진전되면 2021년 조성된 2조1000억원 규모의 2호 SS펀드를 통해 투자금을 댈 계획이다.
다만 양측의 합의엔 과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전은 항공운항면허(AOC)가 있는 사업자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별도 법인을 세워 MBK파트너스가 해당 법인에 출자하는 방식으로는 참여가 불가능하다. MBK파트너스가 제주항공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거나 전환사채(CB) 등을 매집하는 방식으로 제주항공에 투자하고, 면허를 보유한 제주항공이 그 자금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 경우 MBK파트너스는 계획한 화물 사업뿐 아니라 여객 등 제주항공의 전체 리스크를 투자자로서 감당해야 한다. 상장사인 제주항공으로선 신주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면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제주항공이 속한 애경그룹의 재무 여건도 변수다.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는 계열사 부진이 이어지자 보유한 제주항공 지분 50.37% 중 45.23%를 담보로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빌렸다. 제주항공은 노후 화물기 교체 수요가 도래해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다.
매각 전 실사는 다음달까지 이뤄진다.
대한항공과 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실사 종료 후 입찰을 진행해 다음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상반기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