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 미래 없다"는 전공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나

입력 2024-04-05 17:54
수정 2024-04-06 00:11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 뒤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쓴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시간 넘는 대화를 이렇게 한마디로 폄하하는 것은 이번 만남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더욱이 대통령실이 전공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했으며,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논의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논평까지 내놓은 터였다. 윤 대통령이 병원 복귀 명령에 응하지 않는 전공의들에게 먼저 대화 제의를 하고 그동안 고수해온 2000명 증원 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듯하다. 면담 전부터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했고, 전공의협의회는 면담 전 내부 공지에서 “요구안 수용이 불가하다면 원래 하던 대로 다시 누우면 끝”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면담에 박 위원장만 덜렁 혼자 나온 것이나, 면담 뒤 SNS에 “의료의 미래는 없다”고 논평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히려는 게 아니라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듯한 태도다.

의대 정원을 한번에 2000명까지 늘리는 게 맞느냐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팀 등 3개 기관 모두 2035년이면 의사가 1만 명 안팎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원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국민도 의대 증원에 압도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도 무조건 증원 철회만 고집하는 건 밥그릇 지키기로 비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의사협회 차기 회장이 “의대 정원을 오히려 500~1000명 감축해야 한다”고 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고, 의료 현장의 혼란을 끝내기 위해 의정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도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