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는 등 ‘제3당 돌풍’을 일으키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층의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조국 대표의 유세 현장을 찾아간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민주당 후보들을 향해선 ‘해당 행위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황희, 조국 양천소방서 방문 동행5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표는 전날 서울 양천과 용산, 송파, 서초 등지를 순회하면서 유세를 벌였다.
조 대표는 이날 유세 일정을 ‘응징 투어’로 명명했다. “윤석열 정권을 창출하거나 기획하는데 기여한 사람,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무책임함과 무도함, 무능함에 책임있는 사람을 찾아서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전 일정으로는 양천소방서를 찾아 소방관들을 격려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조 대표는 건의 사항을 청취한 뒤 참석한 소방관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악수를 마친 조 대표가 뒤돌아서자 황희 민주당 양천갑 후보가 갑자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조 대표는 “어이구, 여기 지역구라 오셨네요”라고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은 소방관들의 건의 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소방서 관계자의 안내로 소방차 시설 등을 함께 둘러봤다.
방문을 마치고 소방서를 나온 조 대표와 황 후보는 손을 잡고 소방관들과 함께 “양천소방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 촬영을 했다. 두 사람은 현장을 찾은 양당 지지자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황 후보와 조 대표의 만남 사실이 알려지자 이재명 대표 지지층이 주로 쓰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선 “해당 행위로 즉각 경고 조치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한 지지자는 “저런 X를 개소식때 (이 대표가) 생목으로 연설해주셨다”며 “친문 적폐는 갱생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지지자는 “(조 대표가) ‘수박 의원’들에게 기생해 민주당 표를 도둑질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황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내는 등 친문계로 분류된다.
홍익표는 조국 서초 유세 등장조 대표는 오후에는 용산 효창공원에 이어 송파 석촌호수, 서초 양재천을 찾았다. 양재천 수변무대에서는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 유세 행사를 진행했다.
조국혁신당 참석자 인사와 조 대표의 인사말이 마무리된 뒤 사회자는 갑자기 “기자회견 중에 홍익표 의원께서 오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익표 서초을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홍 후보에게 다가가 힘찬 포옹으로 환영했다.
홍 후보와 함께 연단에 오른 조 대표는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아시겠지만 저희가 소속 당이 달라서 지지한다는 말은 서로가 못한다”고 했다. 이어 “홍 의원님 같은 경우는 제가 평소 존경하는 정치인이자 동네 이웃이었다”며 “제가 서초구에 오래 살았는데 홍 의원님이 제가 살던 아파트에 사셨고, 지금은 제가 살던 아파트 건너편 아파트에 사신다”고 소개했다.
홍 후보는 “이번 선거는 민주당이 이기는 선거도, 어떤 특정 정당이 이기는 선거도 아니라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고 국민이 승리하는 선거”라며 “큰길에서 우리가 모두 함께하겠다”고 했다. 발언을 마친 조 대표와 홍 후보는 나란히 서서 손을 잡고 양 팔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조 대표와 홍 후보의 만남에도 이 대표 지지층은 격분했다. ‘나꼼수’ 출신 유튜버 김용민씨는 자신의 SNS에 두 사람이 만난 사진을 올린 뒤 “홍익표의 오늘...너는 어느 당 소속이냐?”고 따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홍 후보 SNS로 몰려가 “당대표는 또 테러 당할뻔했는데 이것들은 다른 당 놈들이랑 이러고 있다” “홍익표 당신이 민주당 맞느냐”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