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미국의 경제지표 발표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 이후 글로벌 달러 약세가 나타난 영향이다. 다만 미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환율 이틀 연속 하락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원80전 내린 1347원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340원대로 내려선 환율이 이틀 연속 하락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5원40전 내린 1343원50전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낙폭이 축소되면서 소폭 내린 수준에서 마감했다.
이날 환율 하락은 달러화 가치 하락에 연동된 것으로 여겨진다. 장 출발 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 등이 다소 완화적으로 받아들여진 영향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환율 동향에 대해 "미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짧게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경제성장, 균형을 되찾고있는노동시장, 물가둔화세 등을 감안한다면 금년 특정시점에 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 발언을 다소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으로 받아들였다.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6~7월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와 달리 '신중한 입장'을 재확인한 정도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의 경제지표 중에서도 경기 둔화를 암시하는 데이터가 나왔다. 미국의 3월 서비스업 PMI가 51.4를 기록하며 전월(52.6) 대비 하락한 것. 서비스 부문의 활동이 둔화되고 있는 신호는 이번 물가 상승의 주요 동력인 서비스 인플레이션 압력의 약화를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제조업 PMI 발표 이후 급등했던 달러화가 서비스업 PMI 발표 이후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5일 발표되는 미국의 3월 비농업 부문 고용지표 향방에 따라 환율 방향도 다소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86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원화 가치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달러 강세 지속 가능성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 두드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 더 많아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기가 더디게 약화하고 있는 데다 물가 경계감도 남아있어 강달러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러 약세 조건은 미국의 빠른 경기 둔화와 물가상승률 하락이지만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상승도 환율엔 부담이다. 미국이 에너지순수출국이 되면서 유가가 상승할 경우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강달러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100엔당 888원21전을 기록했다. 전날 같은 시각 기준가(889.45원)보다 1원24전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