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원 싼 매물도 안 팔린다"…광명 아파트 '술렁'

입력 2024-04-04 06:25
수정 2024-04-04 13:34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경기도 광명시 광명2R구역을 재개발하는 '트리우스 광명'이 세 번째 임의 공급에서도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미계약 물량 해소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트리우스 광명은 52가구를 대상으로 전날까지 접수한 3차 임의 공급에 225명이 참여해 4.3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8가구를 모집하는 전용 84㎡ B에 160명이 몰려 경쟁률이 5.71대 1로 집계됐고, 15가구인 전용 84㎡ C는 3.0대 1, 9가구인 전용 102㎡는 2.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1대 1을 넘었지만, 남은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트리우스 광명은 앞선 1, 2차 임의 공급에서도 3.27대 1, 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각각 37가구, 16가구 계약에 그친 바 있다. 전용 84㎡ B는 다소 소진되더라도 앞선 1, 2차 임의 공급보다 낮은 경쟁률에 그친 전용 84㎡ C와 전용 102㎡는 잔여 물량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트리우스 광명이 물량 해소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분양가에 있다. 지난해 10월 분양에 나선 트리우스 광명은 전용 84㎡ 분양가를 최고 11억8600만원으로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발코니 확장이 포함된 금액이지만, 일부 유상옵션을 더하면 전용 84㎡ 분양가는 12억원을 넘어선다. 결국 517가구를 모집한 1·2순위에 2841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도 5.5대1에 그쳤다.


3차 임의 공급에서 나온 물량도 전용 84㎡ 11억5260만~11억5380만원, 전용 102㎡ 13억6530만원으로 공급된다. 일선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가 비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명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입주권을 봐도 전용 84㎡는 10억원에 매물이 다수 있다"며 "그 입주권들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1억5000만원 비싼 일반분양 물량의 인기가 높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거래된 트리우스 광명 입주권을 보면 전용 59㎡가 6억8350만원, 전용 84㎡가 9억3573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전용 84㎡ 입주권 매물과 비교해도 6000만원 이상 저렴하고, 임의 공급 공급가와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입주권은 조합원에게 부여되는 입주 권리로, 입주권을 취득하면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게 된다. 조합원이 되는 만큼 일반분양 물량과 비교해 소위 로열동·로열층이라 불리는 선호도가 높은 동과 층을 받을 수 있다. 일반분양에선 유상이거나 제공되지 않는 옵션도 조합원에겐 무상 또는 유상으로 제공된다. 일반분양 물량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는 셈이다.


입주권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계약금 10%가 초기 비용의 전부인 일반분양과 비교해 권리가와 프리미엄, 계약금 등 수억원을 초기투자금으로 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다. 현금 여유가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공사비 증액으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경우 분담금을 내야 한다. 다만 거액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서울 구로구 개봉동 개업중개사는 "공사비가 오르다 보니 추가 분담금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액수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런데도 시장에 10억원짜리 입주권이 쌓이고 있다면 남은 미계약 물량을 털어내기는 한층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수요자들의 분양가 민감도가 매우 커졌다"며 "특히 광명은 올해에도 8000가구에 달하는 분양 물량이 쏟아지기에 분양가 경쟁력이 낮은 단지는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