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에서 이탈한 뒤 대형 대학병원이 진료 건수를 줄이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은 전날 소속 교수들에게 메일을 보내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 후 40일간 의료 분야 손실액이 511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집단사직이 시작된 2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수가 인상 등을 통해 병원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17억원에 불과하다.
박 원장은 “상황이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고 가정하면 서울아산병원의 올해 순손실은 46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전공의 단체행동 때도 겪지 않은 규모”라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의 환자 감소 규모는 빅5 병원 중에서도 큰 편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환자 감소율은 43%로, 인근 서울성모병원(28%)보다 높은 수준이다. 외래 환자 감소율은 서울아산병원 17%, 삼성서울병원 11%다. 서울아산병원은 교수들의 해외 학회 참가를 제한하고 의국비를 줄이는 등의 재정 절감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병원 상황도 비슷하다. 빅5 병원 중엔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들 의료기관은 전공의 집단사직 후 하루 10억~15억원 규모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