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 제시하라"…영화계, 정부 '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반발

입력 2024-04-04 17:39
수정 2024-04-04 17:40
정부의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발표에 영화계가 반발하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의 유일한 재원인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영화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는 4일 성명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그림자 조세인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해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관객들이 부당하게 부과금을 내고 있다는 말과 다름없는 문체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은 입장권 가액의 3%에 해당한다. 영화 한 편에 1만 5000원을 낸다고 가정하면 이 중 437원이 부담금이다. 각종 할인 등을 고려하면 평균 300원으로 추산된다.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부담하는 건 관객, 이를 납부하는 건 영화관으로 부담금을 폐지할 경우 입장권 가격이 내려가지만, 가격 할인을 하지 않으면 영화관 등 업계 수익으로 들어간다. 소비자가 납부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그림자 조세'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왔다. 문제는 한국 영화 발전에 필요한 영화발전기금이 기금 운용 수익 등을 제외한 대부분 수익을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이 단체는 "입장권 부과금은 흥행 수익 일부가 독립·예술영화, 지역 영화를 포함한 영화계 생태계 전반에 이전될 수 있도록 재분배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각종 공공서비스를 유지·운영할 수 있는 재원을 담당해왔다"며 "이러한 영화발전기금의 중요한 한 축인 입장권 부과금을 영화계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장기적인 영화발전기금 운영 로드맵을 제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폐지를 우리 영화인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는 정부 지원이 필요했던 코로나 당시에도 영화발전기금으로 위기를 넘겼고 당시 많은 기금이 사용되어 현재 영화발전기금은 고갈될 위기라고 강조했다. 또 영화발전기금이 줄면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사업이 축소되거나 폐지되고 있다며 코로나 때보다 더한 위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연대는 "정부가 할 일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출연 등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을 안정적으로 정상화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영화산업 회복을 위해서는 영화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산업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7일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 1월부터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산업은 K-콘텐츠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만큼, 문체부는 영화발전기금을 유지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해 부담금 외 다른 재원을 통해 영화산업을 차질 없이 지원할 방침"이라며 "영화관람료 부과금은 폐지하지만 이를 정부 예산으로 대체해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