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셀린느…지역 백화점도 '명품 바람'

입력 2024-04-03 18:09
수정 2024-04-04 01:38

수도권과 지방 상권에 있는 중형 백화점의 명품 라인업이 화려해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그동안 조 단위 연매출을 내는 대형 점포에 명품 역량을 집중했는데 최근에는 중형 점포에도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대규모 리뉴얼을 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중동점은 구찌, 발렌시아가, 페라가모, 몽클레르 등 4개 명품 브랜드 입점을 확정 지었다. 기존에 버버리 정도만 있던 명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2003년 문을 연 중동점은 지난해 47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경인지역의 중형급 점포다. 경기 부천 상동·중동 등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올해 2000억원을 들여 주요 점포를 리뉴얼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중 한 곳이 바로 중동점이다. 올 하반기 지하식품관과 지상 1·2층 공사가 마무리되면 명품 브랜드도 영업을 시작한다. 중동점뿐 아니라 서울 목동점에도 상반기 이탈리아 브랜드인 발렉스트라가 들어온다.

신세계백화점은 용인에 있는 경기점을 새 단장하며 남성 명품 브랜드를 대거 확충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제냐를 비롯해 하반기 스톤아일랜드와 페라가모 남성 매장을 차례로 열 계획이다. 현재 구찌, 프라다 등이 입점해 있는 의정부점에도 연내 명품 브랜드를 1~2개 더 늘린다는 목표다. 롯데백화점도 수원점과 인천점에 명품·시계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방 점포에도 명품 바람이 거세다. 더현대대구에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과 셀린느가 들어섰고 신세계백화점 광주점엔 지난 2월 50평 규모의 티파니 매장이 문을 열었다. 대전의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지방 최초로 영국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인 그라프 매장을 유치했고 롤렉스 매장을 기존 면적의 세 배 크기로 리뉴얼했다. 구찌 남성 전용 매장도 새로 열었다.

백화점들이 수도권과 지방 점포의 명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외형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데믹에 따른 ‘보복 소비’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나타난 매출 정체를 중형점 명품 확대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최소 3년간 신규 백화점 출점 계획이 전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백화점 3사가 계획 중인 신규 점포들은 2027~2028년께 개점한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국내 백화점 매출의 45%는 상위 10개 점포에 집중돼 있다”며 “성장 정체 속에서 중형 점포 업그레이드는 외형과 수익을 함께 늘릴 수 있는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소비 침체 속에서도 명품시장 성장은 크게 둔화하지 않았다. 1~2월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2년 19조6767억원이던 국내 명품시장은 지난해 22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