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전화 통화를 통해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최근 남중국해와 중동 내 긴장감이 높아지자 5개월 만에 미·중 정상대화를 재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지역 등의 갈등이 완화되도록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고 미국 대선에 중국이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말 것을 주문했다.
이번 통화는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면회담을 한 뒤 5개월 만의 양국 정상 대화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의도치 않은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 간 대화에 이어 외교, 재무, 국방장관회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중동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해 지역 불안을 키우고 무역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고위급 대화에서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미국과 일본, 필리핀의 3국 정상회담과 대만 신임 총통 취임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도 다뤘다. 중국과 필리핀은 오랫동안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으며 최근엔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공격을 하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은 필리핀 팔라완섬 북서쪽 남중국해에서 오는 7일 해상 훈련을 처음으로 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대선 정국에서 중국이 오해받을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고위 당국자는 “외국이 미국 선거에 간섭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각종 조치를 취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도 10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반도체 조달에서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명기할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범용(레거시) 반도체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일 양국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와의 협력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런 방침을 따르는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은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반도체 공급망 강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