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중단을 보면서

입력 2024-04-02 18:04
수정 2024-04-03 00:32
애플은 지난 2월 27일 아이카(iCar) 개발을 지칭하는 ‘타이탄 프로젝트’의 중단을 선언했다.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프로젝트인지라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추측 기사가 쏟아졌다. 유력한 이유로는 자율주행에 개발 한계를 느끼고 개발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한 점이 결정을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장의 수요가 인공지능(AI) 분야로 급속히 모이면서 2000여 명의 개발 인력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타이탄 프로젝트의 개발 난맥상은 그간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프로젝트의 실체가 회자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우여곡절을 거쳐 2018년 테슬라의 엔지니어 덕 필드를 영입해 초점을 자율주행에 맞췄다. 그러나 2019년 덕 필드는 포드로 이직했고 그 자리를 스마트워치 개발책임자 캐빈 린치가 맡으면서부터 프로젝트의 유효성에 의구심이 증폭됐다. 급기야 출시 시점을 2025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했다. 아울러 타이탄 프로젝트의 하드웨어를 담당한 엔지니어 DJ 노보트니 부사장이 리비안으로 이동하면서 미적대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차세대 1조달러 매출 사업으로서 아이카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상당 기간 지속됐다. 1987년 매킨토시를 세상에 선보이며 시작한 기술혁명은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과 iOS 생태계로 발전했고 2018년에는 세계 최초의 1조달러 매출 거대기업으로 결실을 봤다. 그 영광의 길이 아이카로 재현되리라고 기대됐다.

아이폰에서 성공한 생태계가 아이카로 옮겨 가는 것처럼 보인 근거는 대만 폭스콘의 행보다. 폭스콘은 2021년 기술데이 행사에서 3개 전기차를 공개하고 전기차 제작 개방형 플랫폼 MIH를 공개했다. 미국 전기차 회사 피스커를 통한 양산 계획도 밝혔다. 구동형 모터는 일본전산, 디지털콕핏은 블랙베리, 자율주행은 엔비디아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으로 전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애플에는 미래차에 대한 확실한 저변 기술이 있다는 시장의 평가였다. 미래차의 핵심 기술인 통신, 자율주행, 공유 서비스, 전동화 기술 측면에서 애플이라면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핵심 기술인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는 스마트폰에서 충분히 검증됐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우려는 자율주행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완전 자율주행은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했다. 레벨 5의 완전 자율주행 목표에서 레벨 2.5 상황까지 후퇴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 차별화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기술로 경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순수 전기차에서는 테슬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애플이 선보인 기술력도 아이카에 쏠린 기대를 충족하기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였다.

결국 애플은 인공지능 기술을 자율주행차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광범위한 활용 영역인 AGI(인공일반지능) 혹은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그리고 ‘온 디바이스 AI’를 접목해 스마트폰 사업에서의 리더십을 굳건히 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자동차산업계에서 이번 애플의 아이카 중단 결정을 보면서 자율주행의 기술 발전 단계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과도한 기대보다는 현실 적용에 따른 여러 한계를 공론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 규정 및 법규를 차분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