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두고 집단 사직해 의료대란을 촉발한 전공의와 의대생 상당수가 의대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10년 뒤 1만5000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정부 추계는 물론 의료계 일각의 소폭 증원 목소리와도 배치돼 '집단 이기주의'를 보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전성모병원 소속 전공의로 사직서를 낸 류옥하다 씨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전공의(1만2774명)와 의대생(1만8348명)의 5%인 1581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답자의 64%(1014명)는 ‘한국 의료 현실과 교육 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464명은 의대 정원을 현재(3058명)보다 500~1000명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32%였다. 증원에 찬성한 전공의와 의대생은 4%(63명)에 불과했다. 이들 중 60명은 500명 이내 증원에 찬성했다. 2000명 증원에 찬성한 응답자는 2명뿐이었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으로 응답자의 93%는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4%는 전공의가 될 생각이 없다고 했다.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철회한다고 해도 이들이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류씨는 이조차도 “전공의 병원 복귀 조건이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 앉는 최소한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사협회, 의대교수단체 등과 대화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전공의 상당수는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000명 증원 계획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정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의사 집단사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