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1분기 실적 '찬바람' 전망…홍콩 ELS 배상 여파

입력 2024-04-02 09:05
수정 2024-04-02 09:06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파에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날까지 집계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8.31% 감소한 4조4937억원이었다.

금융권에선 올 1분기 금융지주의 실적 하락 배경으로 홍콩 ELS 자율배상 여파를 꼽는다. 지난주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이 배상금 지급을 시작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자율배상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분쟁 조정안을 기준으로 판매회사와 투자자별 책임을 각각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 산정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은 이를 기준으로 가장 사례가 많은 손실률 50%·배상률 40%를 적용하면 국내 6개 은행의 상반기 배상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 예상치의 44%에 달하는 액수다.

가장 많은 액수를 판매한 KB국민은행의 경우 올 1분기 실적에 약 9545억원의 H지수 ELS 배상 관련 충당금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조사 등을 통해 2021년 1∼7월 판매액이 5조2000억원 정도로 파악됐고, 현재까지 손실률은 50% 수준이다. 여기에 평균 손실 배상률을 40%로 적용해 추산한 결과다.

다만 개별 투자자들과의 협상 결과나 H지수 추이 등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것으로 보여 전액을 1분기 실적에 직접 손실 인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약 1조원을 충당금으로 쌓아둔 뒤 실제 배상액이 이를 초과하면 2분기에 다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충당금이나 손실을 추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외에도 올 상반기 배상금액은 농협은행 2967억원, 신한은행 2753억원, 하나은행 1505억원, SC제일은행 1160억원, 우리은행 5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이들 은행은 KB국민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배상액이 크지 않아 1분기 내에 직접 손실 인식이나 배당금 충당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다.

KB국민은행이 충당금을 1분기에 몰아서 반영할지, 분기마다 나눠서 반영할 지에 따라 '리딩뱅크' 자리를 신한에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KB국민은행이 1분기에 충당금을 전액 반영한다면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3330억원으로, KB금융(1조2910억원)보다 420억원 정도 앞서게 된다.

저조한 가계대출 증가율과 대출 금리 인하도 금융지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 가계대출은 총 2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전달보다 1조3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특히 부동산 열기가 높았던 2021년 같은 달(6조7000억원 증가)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M)도 떨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말 NIM은 1.83%로, 전분기보다 0.01%p 내렸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62%로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에선 연말에 한은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수익성 개선을 어렵게 한다고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홍콩 ELS 자율배상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KB와 신한 등은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부 은행의 경우 첫 자율배상금 지급까지 완료하면서 자율배상과 관련된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