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들여 만들었더니…" 영화 '파묘' 돌풍에 '대반전'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4-04-03 09:30
수정 2024-04-03 11:40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1년 반 만에 영화관을 찾아 영화 '파묘'를 관람했다. 그는 "티켓값이 부담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주로 이용하는데 파묘는 호평이 많아 오랜만에 극장에서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묘가 '비주류'인 국산 오컬트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면서 배급사 쇼박스의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몇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실적 반등 가능성이 커져 쇼박스 최대주주인 오리온홀딩스 실적에도 긍정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월22일 개봉한 파묘의 이달 1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1100만3343명, 누적 매출은 1062억원을 기록했다. 파묘는 개봉 32일 만인 지난달 24일 국내 오컬트 영화로는 처음 1000만 관객 타이틀을 획득한 데 이어 1100만명도 넘어섰다.

대목으로 꼽히는 설 연휴를 지나 개봉한 데다 비주류 장르라는 점 때문에 손익분기점(330만명 추산) 달성에 대한 우려가 일기도 했으나 파묘는 개봉 초기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흥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약 140억원의 제작비를 이미 크게 웃도는 성과를 거뒀고, 비수기인 만큼 당분간 대작 개봉 예정이 없어 흥행을 더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파묘는 쇼박스와 장재현 감독이 이끄는 파인타운프로덕션, MCMC가 공동 제작한 영화다. 특히 '택시운전사'(2017년) 이후 약 7년 만에 히트작을 낸 쇼박스의 반등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2022~2023년 연달아 영업손실을 낸 상황에서 실적 개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

쇼박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02억원, 영업손실 283억원, 순손실 3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2년 매출 567억원) 대비 매출이 줄어든 데다 영업손실(2022년 32억원)과 순손실(2022년 21억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연초부터 파묘가 흥행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이 호평을 받은 점이 쇼박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쇼박스는 오리온홀딩스와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지분 5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제과업체 오리온의 사업 영역을 엔터테인먼트로까지 확장한 인물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상사업부(쇼박스)의 경우 파묘, 살인자 ㅇ난감 등의 흥행과 제작 편수 확대가 이뤄지면서 영업 실적이 안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오리온홀딩스의 펀더멘털이 강화되고 있어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홀딩스의 실적을 뒷받침하는 그룹 주력 계열사 오리온 역시 올해 안정적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오리온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3조1880억원과 561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보다 9.5%, 영업이익은 13.9% 증가한 수치다.

강은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에 대해 "올 들어 전 지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중국 대형 유통 업체와의 거래 중단 후 중국법인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되면서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원가 안정화와 판매량 중심 성장세에 힘입어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가 확대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