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옆에 1등…"
실전투자대회 왕중왕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에는 서로가 적이 아닌 아군입니다. 새 왕좌 자리를 놓고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 주식운용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뭉친 것인데요. 강남 대표적 부촌인 삼성동 사람들의 돈을 굴리는 '하나증권 삼성동금융센터'의 얘기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 '최상위권' 출신이라는 겁니다. 한경스타워즈는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긴 실전 투자대회로 올해 29년째를 맞았습니다. 해마다 상·하반기로 나눠 열리며 각 증권사에서 차출된 임직원이 팀당(인당) 5000만원을 갖고 투자 실력을 겨룹니다.
한경스타워즈 입상자들로 팀을 꾸린 주역은 임진우 차장입니다. 하나증권 국내선물팀과 채권랩운용실에서 경력을 쌓다 2017년 이 지점으로 온 임 차장은 '2019 하반기 한경스타워즈'에서 누적 수익률 39.3%로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이어서 직전 5개년 대회 참가자 1·2등 수상자들만을 대상으로 펼쳐진 '2022 하반기 한경스타워즈 왕중왕전'에서 수익률 47.58%로 최종 우승했습니다. 그야말로 '왕중왕'을 달성한 것이죠.
손지웅 차장은 셀사이드(Sell-Side)와 바이사이드(Buy-Side)를 모두 경험한 인물입니다. 유리자산운용과 피데스자산운용 등에선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메리츠증권에서는 프랍 트레이더로 경력을 쌓았습니다. 본격 지점 생활을 한 것은 2020년부터로 지난해 하나증권에 합류했습니다. 손 차장은 '2021 하반기 한경스타워즈'에서 수익률 40.3%로 왕좌에 올랐고 이듬해 하반기 열린 왕중왕전에선 41.3%의 수익을 올려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왕중왕전이 서로 다른 증권사에 있던 임 차장과 손 차장을 '원 팀'으로 묶는 계기가 됐습니다. 임 차장은 손 차장보다 6.26%포인트 더 높은 기록으로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둘은 엔케이맥스와 삼천당제약, 영풍정밀 등 대회기간 내내 투자 종목들이 여럿 겹쳤습니다. 서로의 투자 성향과 가치관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겁니다.
일본 주식 전문가로 알려진 지민홍 차장도 스타워즈를 통해 임 차장의 '레이다'에 포착됐습니다. 수원 광교와 서울 한남동·강남 등 신한투자증권 자산가 대상 핵심 점포를 거친 그가 하나증권 이 지점에 합류한 것은 올해부터입니다. 지 차장은 '2020 하반기 한경스타워즈'에서 누적 수익률 35.7%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세 명뿐만이 아닙니다. 현재 '2024 상반기 한경스타워즈'에 참여 중인 이윤무 과장도 있는데요. 2016년 하나증권 선릉지점에서 프라이빗뱅커(PB) 업무를 시작한 이 과장은 2019년 이 지점으로 건너왔습니다. 다행히도(?) 현재 전체 참가자 10팀 중 1등을 달리며 '대회 선배'인 동료들을 안도시켰다는 후문입니다. 이 과장은 전일 종가 기준 28% 넘는 누적수익률을 올리는 등 2위와의 격차를 16%포인트 이상으로 벌려 놓은 상태입니다. 팀 선배들은 "입상 못 하면 멤버로 인정 안 해준다"는 무서운 농담을 건네며 이 과장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박춘희 센터장은 "한경 스타워즈 왕중왕전 이후 입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마음맞는 이들이 모여 '원 팀'을 이루게 됐다"며 "개개인으로도 적지 않은 자금을 굴리고 있지만 합심해 팀을 결성한 이유는 '시너지'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대회에서 검증된 주식 운용역들인 만큼, 센터에서의 자산관리에서는 '종목 선별력'으로 승부를 걸겠단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들은 한국·미국·일본 증시에 상장된 개별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수시로 기업 탐방을 기획하는 등 '바텀 업'(기업 분석에서 산업·거시경제로 올라가는 리서치 방식)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한편 지난달 11일 개막한 '2024 제30회 한경스타워즈 실전투자대회'는 오는 6월 28일까지 16주 동안 열립니다. 종가 기준 누적손실률이 20%를 넘을 경우 중도 탈락 처리됩니다. 대회 종료 시점 누적수익률 1~3위는 각 상금 1000만원, 500만원, 300만원을 받게 됩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