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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에 연내 추가로 5900억엔(약 5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으로 후공정 기술 개발에 500억엔 이상을 보조한다. ‘사무라이 반도체’의 부활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금명간 라피더스 추가 지원책을 발표한다. 경제산업성이 지금까지 밝힌 보조금만 3300억엔에 이른다. 이번에 추가 지원하는 5900억엔을 합치면 총 1조엔에 가까운 규모가 된다. 도요타자동차, NTT 등이 출자한 라피더스는 2020년대 후반 2㎚(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5900억엔 중 500억엔 이상은 후공정 기술 연구개발(R&D)에 사용한다. 후공정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가 한계에 이르면서 여러 반도체를 같은 기판 위에 쌓아 성능을 높이는 3차원 장치나 서로 다른 여러 반도체를 조합한 칩렛 등 후공정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9일에도 도요타, 닛산 등의 차량용 반도체 R&D에 10억엔을 보조한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등에 쓰이는 첨단 제품으로, 2030년 이후 상용화가 목표다. 이 반도체 역시 라피더스에서 양산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대일본인쇄는 라피더스 전용으로 회로 형성에 사용하는 포토마스크를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내에서 최첨단 반도체의 공급망 구축까지 본격화한 것이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등 해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역시 홋카이도에 라피더스 지원 거점을 설치할 예정이다.
홋카이도에 라피더스가 있다면 규슈 구마모토에선 지난 2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내 첫 번째 공장을 완공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한때 50%가 넘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쪼그라든 일본 반도체산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다.
구마모토 1공장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 이은 TSMC의 두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이다. 당초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 공사 기간을 7000여 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며 20개월로 단축했다. 1공장 투자비 1조3000억엔 가운데 4760억엔을 일본 정부가 지원했다.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정책은 상대적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설비투자를 할 때 투자금의 1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올해까지는 한시적으로 10%의 추가 공제를 받는다.
세액공제 혜택은 공장 가동 후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 정부도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김일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