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GC(파70) 18번홀(파4).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총상금 910만달러)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8·미국)의 두 번째 샷이 핀 1.5m 옆에 붙었다. 1타 차로 앞선 스테판 예거(독일)의 두 번째 샷이 핀 16m 옆에 떨어진 상황. 셰플러의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 연장전에 들어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기회였다.
예거가 투 퍼트, 파로 홀을 마무리한 뒤 모두의 시선은 셰플러의 퍼터에 쏠렸다. 하지만 셰플러의 부드러운 스트로크를 맞은 공은 홀 왼쪽 끝을 스치며 살짝 비켜 나갔다. 예거는 우승이 확정되자 고개를 푹 숙이며 눈물을 훔쳤다. 세계랭킹 71위 선수가 1위를 꺾은 이변의 순간이었다.
셰플러가 퍼팅에 발목 잡혀 대기록 작성에 실패했다. 셰플러는 이날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69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한 예거(12언더파 268타)와는 1타 차다. 셰플러, 3연속 우승 도전 ‘실패’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3연속 우승에 도전했다. 올 시즌 들어 그는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는 2017년 더스틴 존슨(미국) 이후 약 7년 만에 출전 대회 3개 연속 기록을 세울 기회였다.
하지만 그의 오랜 약점이었던 퍼팅이 다시 한번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부터 말렛형 퍼터를 들고나온 그는 뛰어난 퍼팅감으로 우승을 쓸어 담았다.
그런데 이번 대회부터 다시 이상 기운이 감지됐다. 2라운드 18번홀 플레이가 대표적이었다. 3m 안쪽에서 퍼트를 연달아 놓치며 3퍼트를 범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올 시즌 들어 셰플러의 첫 더블보기였다. 셰플러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10언더파로 예거와 나란히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에는 2타를 줄였지만 후반 들어 퍼팅감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후반 9홀 동안 셰플러는 6m 안쪽의 버디 퍼트 기회를 세 번이나 만들었지만 모두 놓쳤다. 이날 3.5m 이상의 퍼트는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18번홀에서의 버디 퍼트 실패는 그 자신에게도 큰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셰플러는 “퍼트에 성공했다고 믿고 고개를 들었는데 홀을 비켜 나가고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급격하게 무뎌진 퍼팅 감각에 대해서는 정신적·육체적 피로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4주 동안 세 번이나 우승 경쟁에 나섰다. 그는 “또 다른 긴 한 주를 보내느라 많이 지쳤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예거, 134전 135기로 생애 첫 승
예거는 2018년 PGA투어 합류 이후 135번째 대회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우승상금 163만8000달러(약 22억원)와 함께 오는 11일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냈다.
세계랭킹 1위 셰플러, 데이비드 스킨스(잉글랜드)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했지만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맘껏 펼쳤다. 전반 9홀, 셰플러가 2타를 줄이는 동안 그는 3타를 줄이며 1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2번홀(파4)에서 그린을 놓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그린 앞 둔덕을 맞힌 뒤 홀에 붙이는 감각적인 어프로치 샷으로 파세이브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날 우승이 확정된 뒤 예거는 “후반 9개 홀에서 버디가 나오지 않았지만 어려운 코스이기 때문에 침착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셰플러 역시 “이번주 훌륭한 경기를 펼친 예거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다”며 축하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시우가 이날 하루 4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7언더파 273타로 공동 17위에 올랐다. 이경훈은 공동 31위(4언더파 276타), 김성현은 공동 45위(2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