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유언장은 해마다 쓰자

입력 2024-04-01 17:16
수정 2024-04-01 17:17

언제 이 세상을 떠날지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죽음’을 기억하고, ‘운명’을 사랑하고, ‘오늘’에 충실하라고 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 유언장을 미리 써보는 것도 노년을 잘 살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매년 유언장을 새롭게 작성해보면,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배우자나 자식에게 남기고 싶은 자신의 생각도 정리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은 후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의 분쟁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언을 하더라도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로 할 필요가 있다.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서이다. 다만, 재산관계가 아닌 연명의료, 존엄사, 화장, 매장 등에 대한 당부는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해두는 것이 좋다.

유언이란 죽은 뒤의 법률관계를 정하려는 생전의 최종적 의사표시를 말하며, 유언자의 사망으로 그 효력이 생기게 된다. 흔히 가족이나 친지에게 남기는 당부의 말 등을 유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법적인 의미의 유언이란 유언자가 유언능력을 갖추고 법적 사항에 대해 엄격한 방식에 따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유언에 엄격한 방식을 요하는 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를 명확히 하여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이 정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효력이 없으므로 법이 정해 둔 요건에 따라 유언을 남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법적인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작성하려면 상속재산을 특정해야하며, 유언자의 성명과 유언 날짜를 자필로 써야한다. 민법에서는 유언의 위조 또는 변조를 막기 위해 일정한 방식에 의한 유언만을 인정하고 있다. 민법에서 인정하는 유언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녹음에 의한 유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이다.(민법 제1065조)

이중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이 가장 간단하고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유언의 내용이 되는 전문과 작성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신이 직접 쓴 후에 도장을 찍어야(기명날인) 효력이 발생한다.(민법 제1066조) 자신이 직접 쓰는 ‘자필’이 절대적인 요건이다. 다른 사람이 대신 작성하거나 타자기나 점자기 등을 사용해 작성한 것은 자필증서로 인정되지 않아 무효이다. 작성연월일이 없는 유언장 역시 무효이다. 작성연월일도 반드시 자필로 써야 한다. 날짜를 쓰지 않은 유언장도 무효이다. 예를 들어, 2023년 5월까지만 작성하고 날짜가 빠져 있다면 무효이다. 주소도 직접 써야 한다. 동까지만 기재하고 호수가 빠진 유언장도 무효가 될 수 있다. 성명을 쓰지 않았거나 성명을 다른 사람이 쓰는 것도 무효이다. 유언을 남기는 방법을 간략하게 정리해본다.



1.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방법

먼저 상속재산을 특정해야 한다. '내 모든 재산' 'OOO 아파트' 'OOO 그림' 등 상속재산을 특정해서 작성해야 한다. 단, 상속재산은 개별적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내 모든 재산' 등 그 범위를 특정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 그 후 유언의 주된 내용을 이루는 부분을 유언자가 ‘직접’ 쓰면 된다. 유언장의 용지나 형식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유언장’이라는 기재가 없거나 일반적인 법률문서의 형태가 아니어도 되고, 일기·편지·메모의 형식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유언자의 성명 및 유언 날짜를 자필로 써야 한다. 유언자의 성명 역시 반드시 ‘자필’로 써야 한다. 유언장을 작성한 날짜도 빠뜨리면 효력이 없다. 날짜는 꼭 '몇 년 몇 월 며칠'이라고 쓸 필요는 없다. ‘2023년 크리스마스이브’, ‘2023년 내 생일날’처럼 적어도 상관없다. 언제 유언장을 썼는지 알 수 있으면 된다. 주민등록번호나 생년월일을 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유언자는 유언장에 반드시 자신의 도장을 날인해야 한다. 이를 서명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때 도장은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고, ‘손도장’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유언자의 주소를 자필로 써야 한다. 유언자의 주소 역시 필수 항목이다. 이미 작성한 유언장에 문자의 삽입, 삭제 또는 변경을 할 때에는 유언자가 이를 직접 쓰고 날인까지 해야 변경이 인정된다.

2. 녹음에 의한 유언 방법

말을 할 수 있으면 글을 쓸 줄 몰라도 이용할 수 있으나 분실 · 은닉 혹은 편집 등으로 위조나 변조가 매우 용이하다. 또한 유언자의 목소리인지에 관하여 다툼의 소지가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방법은 유언자가 녹음기나 영상기기를 이용해서 유언의 취지와 성명, 연월일을 모두 ‘육성으로 녹음’해야 한다. 그리고 녹음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자 본인의 유언이 틀림없다는 사실 및 자신의 성명을 함께 녹음해야 한다.

3.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방법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으나 다른 방식의 유언에 비해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고 위조나 변조의 위험이 거의 없다. 법원에 의한 검인절차 없이 유언을 바로 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자가 ‘증인 2명’을 참석시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함으로써 성립하는 유언 방식이다. 공증인을 자택이나 병상에 불러서 작성할 수도 있다.

4.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방법

유언의 내용을 비밀로 할 수 있으나 절차가 복잡한 것이 단점이다. 우선 유언장을 작성하고, 유언자의 성명을 기재한다. 다음으로 유언장을 봉투에 넣어 엄봉하고, 날인한다. 그리고 2인 이상의 증인에게 유언장이 든 봉투를 제출하고, 자기의 유언임을 표시한 후 봉투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하고, 유언자와 증인들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한다. 5일 이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에 제출하여 그 봉인한 봉투 위에 ‘확정일자’ 도장을 받아야 한다.

5.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방법

질병이나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다른 방식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없을 때 보충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다. 급박한 사정이 없는데도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였다면 유언은 무효가 된다. 우선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이 참여한 가운데, 그중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한다. 말로 해야 하고, 거동에 의해서는 할 수 없다. 그 후 증인 중 1명이 이를 필기 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들이 그 내용이 정확함을 승인한다. 그리고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다. 마지막으로 유언을 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가서 검인 신청을 해야 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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