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배가 다니던 회사의 자금 100억여원을 빼돌려 도박 자금 등으로 탕진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박준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상습 도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A씨에게 회삿돈을 빼돌려 준 대학 후배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각 양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6월께 A씨는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상장하는데, 투자하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B씨에게 거짓말했다. 이에 속은 B씨는 회삿돈 1억원을 빼돌려 A씨에게 송금했다.
이후 A씨는 또 "돈을 더 입금하지 않으면 기존 투자금도 돌려받을 수 없다"고 B씨를 한 차례 더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B씨는 지난해 1월까지 총 320차례에 걸쳐 101억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빼돌려 A씨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이를 도박 자금으로 탕진하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 B씨는 수사가 진행돼 구속된 A씨의 변호사 선임 비용도 회삿돈 3000여만원을 횡령해 사용하기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 기간, 횟수, 피해 금액을 보면 죄책이 무겁다"며 "A씨가 횡령한 돈 대부분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하고 수사를 받게 된 이후 도박을 계속한 반면 피해 회사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어 "다만 피해 금액 중 39억여원이 회수됐고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며 "B씨의 경우 횡령한 돈을 A씨에게 전달하기만 했고 투자금을 되돌려 받으려는 마음에 범행을 계속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