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첫 홈런을 쳤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2024 MLB 정규시즌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8회초 우중간 담을 넘겼다. MLB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이다.
샌프란시스코가 3 대 1로 앞선 가운데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샌디에이고의 왼손 사이드암 톰 코스그로브의 시속 125㎞ 스위퍼를 잡아당겨 우측 펜스를 넘겼다. 타구는 시속 168㎞로 우중간 124m를 날아가 외야 관중석에 안착했다.
홈런을 확인한 이정후는 그라운드를 힘차게 돌고 홈 플레이트를 밟고 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동료들은 이정후와 하이 파이브를 하거나 헬멧을 두드리며 첫 홈런을 축하했다.
경기 후엔 한국 취재진뿐만 아니라 현지 취재진도 몰려들어 이정후의 첫 홈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취재진에게 "감은 나쁘지 않았고 직선 타구도 계속 나와서 공이 조금만 뜨면 홈런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아직 뭔가 보여줬다는 생각은 안 하고, 빨리 적응하려고 하루하루 열심히 하려다 보니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4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렸다. 지난 28일 빅리그 데뷔전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린 이정후는 다음날 첫 멀티 히트(5타수 2안타 1타점)를 달성했고, 이날은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며 바람몰이를 시작했다. 빅리그 진출 후 3경기에서 12타수 4안타(타율 0.333), 1홈런, 4타점으로 순항 중이다.
현지 중계방송엔 부친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모습도 담겼다. 이 전 코치는 이정후가 홈런을 친 순간 벌떡 일어선 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28일 아들의 MLB 첫 경기도 직접 관람한 이 전 코치는 이정후의 첫 안타 때 일어서서 손뼉을 치기도 했다.
한편 이정후는 국내 선수로는 15번째로 MLB에서 홈런을 쳤다. 지금껏 MLB에서 홈런을 친 한국인은 추신수, 강정호, 최희섭, 최지만, 김하성,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박효준, 박찬호, 류현진, 백차승, 황재균, 배지환 등이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를 9 대 6으로 꺾었다. 5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이정후의 안타성 타구를 두 차례 걷어내는 등 호수비를 펼쳤지만, 타석에선 4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신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