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에서 외국인 승객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후 1시 35분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로 향하던 대한항공 KE695편 항공기 기내에서 네팔인 승객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이륙한 뒤 약 6시간이 흘렀을 무렵 사지가 뻣뻣해지는 등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당시 스낵을 서비스 중이던 박동진 승무원은 A씨의 상태를 알아채고 모든 승무원에게 비상 상황임을 알렸다.
박 승무원과 서옥진 부사무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은 A씨의 맥박과 혈압을 확인하고 다른 승객의 협조를 얻어 그를 좌석에 눕혔다. 동시에 기내에 의사를 찾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응답은 없었다. 이에 승무원들은 대한항공 '24시간 지상응급의료체계'에 따라 국내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응급 처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승객들도 통역과 간호에 손을 보탰다. 이후 승무원들은 네팔인 간호사 승객의 도움을 받아 A씨 소지품에서 병력 기록지를 확인했다.
A씨는 신경질환 환자로 주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지만 약을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약 1시간 뒤인 착륙 직전에 의식을 되찾았고, 지상에서 대기 중인 의료진에 인계됐다.
당시 A씨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기내 응급 상황에 대비해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 1회 정기안전교육을 통해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CPR) 및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법 실습 등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진 승무원은 "모든 승무원이 기내에서는 '내가 경찰관이자 소방관이자 구조대원'이라 생각하고 비행한다"며 "매년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익힌 의료 장비 사용법이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수령 대한항공 사무장은 "지병이 있는 경우 비행기를 타기 전에 약을 먹었더라도 탑승 전후 항공사 직원에게 상태를 미리 알려 주면 응급 상황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