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에 치인 러시아, 달러 버리고 위안화 택한다

입력 2024-03-31 14:00
수정 2024-03-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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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에서 위안화 비중을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국가의 제재를 받은 여파다. 서방이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밀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 통화는 너무 큰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위안화를 대체할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중국 외에 다른 우방국 통화는 변동성이 크고, 시장 유동성은 낮으며, 자본 이동도 제한적이다"라며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외환 준비금을 비축할 때 위안화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위안화 보유량을 늘리는 이유는 서방 국가가 전방위적으로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세계은행 간 송금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러시아를 퇴출시켰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유로화와 달러로 결제 대금을 주고받지 못했다. 서방은 교역 부문에서도 러시아를 배제해왔다. 2022년 2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서방의 러시아 제재 건수는 1만 7000건을 넘겼다.

제재로 인해 러시아가 보유한 해외 자산 규모도 감소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5901억달러였다. 이 중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가 동결한 자산 규모는 약 3000억달러에 이른다. 자산 가치도 2년간 400억달러가량 감소했다. 제재로 인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이 반토막 난 셈이다.

러시아는 우회로를 찾기 위해 중국에 의존했다. 중국과 밀착하며 교역을 확대했다. 중국에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를 수출하고, 반도체 및 자동차 등을 수입하는 식이다. 거래 대금은 위안화와 루블화로 치렀다. '탈(脫)달러화'의 일환이다. 러시아 수출 거래 대금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0.4%에서 지난해 34.5%로 급증했다. 수입의 경우 4.3%에서 36.4%로 증가했다.

러시아 전체 외화 거래에서도 중국 위안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러시아 현지매체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외화 거래 중 중국 위안화가 차지한 비중은 2022년 13%에서 지난해 42%로 치솟았다. 총거래량은 34조 1500억루블로 1년 전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달러 거래 규모는 32조 4900억루블이었다. 비중은 39.5%로 위안화에 밀렸다.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조용히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11월 SWIFT에서 위안화 거래 비중은 4.61%로 1년 전 1.9%에서 크게 늘었다. 러시아를 비롯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다. 다만 기축통화인 달러에 비해 아직 영향력이 작다는 반박도 나온다. 같은 기간 달러화는 국제 거래에서 47%를 차지했다. 유로화 비중은 23%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