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신입사원 정기 공개채용이 줄고, 수시·상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공채를 실시 중인 기업 중에서도 5곳 중 1곳은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한국노동연구원의 '공채의 종말과 노동시장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500인 이상, 매출 1조원 이상 대기업 중 100곳을 표본으로 추출해 지난해 8월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연도별 채용 방식을 보면 정기 공개채용의 경우 2019년 전체 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9.9%였지만 2022년 37.9%, 2023년 35.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시채용 비율은 45.6%→46.4%→48.3%, 상시채용은 14.6%→15.7%→15.9%로 꾸준히 증가했다.
공개채용은 정해진 기간에 일정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모두 지원기회를 주고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하는 방식이다. 수시채용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수요가 생겼을 때 즉시 공고를 내 채용하는 방식이다. 상시채용은 지원 창구를 열고 상시 지원을 받아 채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상시채용 비중(64.2%)이 공채의 1.8배였다. 수시채용은 제조업보다 비제조업에서 늘어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공채 제도를 유지 중인 사업체(86곳)들에 향후 공채 유지계획을 물은 결과 72.1%는 폐지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19.8%는 올해까지만 공채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수시채용을 함께 운영 중인 사업체(86곳) 중에선 33.7%가 3년 이내에 정기 공채를 전면 폐지하고 수시채용만 진행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신입 채용은 줄고 경력 채용은 증가하는 경향도 있었다. 2019년의 경우 신규 채용 인원의 47%는 신입직, 11.6%는 경력신입직(1∼2년 내 퇴직해 신입으로 재취업한 경우), 41.4%는 경력직이었다. 지난해엔 신입 비율은 40.3%로 줄었다. 경력신입직과 경력직의 비율은 각각 13.6%, 46.1%로 늘었다. 그렇다보니 2022년부터 경력직 비중이 신입보다 커졌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수시채용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인력을 채용할 수 있고 이러한 인력을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고), 조직 경험을 몇 년 정도 가진 경력신입직인 이른바 '중고 신입' 또한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경우 합격자의 지역, 학교, 성별 등의 다양성이 떨어졌다"며 "수시채용을 강조하는 채용 방식의 변화, 경력직을 선호하는 인재상의 변화가 채용 다양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화는 구직자를 비롯한 20∼30대 청년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연구진이 지난해 18∼39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7.3%가 '경력이 없는 신입 지원자가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정기 공채 회사 수와 횟수, 인원이 모두 줄고 있다고 인식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