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가 반도체 섹터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면서 삼성전자는 무난히 8만원의 벽을 뚫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쉽게 안착했다'는 평가와 함께 외국인들의 '매수 쏠림'이 언젠가는 반도체에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급등했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기대 종목들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이 반도체 섹터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떄문에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사자세'가 다음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삼성SDI, LS일렉트릭, 카페24 등에는 외국인들의 손길이 뻗치고 있다. ”저PBR주처럼 반도체주도 쏠림의 부작용 불러올 수 있어“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삼성전자는 1600원(1.98%) 오른 8만2400원에, SK하이닉스는 4800원(2.69%) 상승한 18만30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코스피는 2746.63으로 마감돼 2750선 안착에 실패했다. 지수 편입 종목 중 시가총액 규모 1·2위 종목이 2% 내외로 상승했지만, 지수 상승폭은 0.03%에 그쳤다.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섹터로 쏠린 탓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782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종목별 순매수 금액은 삼성전자 6413억원, SK하이닉스 757억원, 하나마이크론 603억원, 삼성전자우 374억원으로, 반도체 관련 4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이 전체 순매수 금액을 훌쩍 웃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는 8만원을, SK하이닉스는 18만원을 각각 넘나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여전히 2750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월에 코스피지수의 랠리를 주도했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들이 약세 반전했기 때문”이라며 “반도체로의 쏠림현상이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자금이 반도체 섹터에서 급격히 빠져나와 다른 테마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수급 ‘빈집’이 채워지는 종목은…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종목이 다음 쏠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수급 이 ‘빈집’인 상태였다가 채워질 조짐이 나타난 종목을 찾는 것이다. 한경닷컴은 이런 종목을 찾기 위해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외국인 수급이 최근 3개월(60거래일)동안은 순매도지만, 최근 1주일(5거래일)동안 순매수인 추렸다.
추려진 종목 중 최근 3개월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SDI로, 순매도액이 9159억원에 달했다. 반면 최근 5거래일동안은 2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로드맵을 공유하면서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3월 6~8일 열린 국내 최대 2차전지 박람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전고체 배터리와 지름 46mm의 원통형배터리 등 중장기적인 제품 양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LS일렉트릭의 최근 3개월간 외국인 순매도액은 608억원으로 삼성SDI의 뒤를 이었다. 전력기기 테마의 상승세 속에서 소외돼 있던 LS일렉트릭에 대해 외국인도 순매도로 대응했지만, 3월 들어선 이후 급등세가 나타나자 순매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은 시가총액이 29일 종가 기준 4344억원에 불과한 카페24를 최근 석달 동안 274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이번주 들어선 이후로는 9억원어치 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튜브쇼핑 성장의 최대 수혜주로 예상되는 카페24의 2028년 총거래액(GMV)은 5조원, 매출액은 400억원이 예상된다”며 “아직 유튜브쇼핑을 통한 숫자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비용 효율화를 위한 조직 개편 효과로 올해 1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