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드노믹스가 바꾼 美 제조업 벨트…바이든 '재선 걸림돌' 부상

입력 2024-03-29 18:48
수정 2024-03-30 01:55

조 바이든 정부가 펼쳐온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제조업 중심의 지원책을 통해 민심 잡기에 나섰지만 정책 수혜 지역이 일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표 대결의 핵심 지역이자 제조업을 경제 근간으로 삼고 있는 7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에선 바이든 정부 정책의 수혜 강도가 상이해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는 게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新제조업벨트 부상 2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역 제조업 종사자는 5년 전보다 14만6000명 늘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시설 투자 및 보조금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최대 수혜 지역은 미국 북부 전통 공업지대(러스트벨트)가 아니라 미국 남서부 지역으로 나타났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3.9%), 펜실베이니아(-1.8%), 위스콘신(-0.8%)의 제조업 종사자 수는 2월 기준으로 5년 전보다 감소했다. 이들 3개 주의 제조업 종사자는 2019년 대비 3만9000명이 적다.

반면 인텔, TSMC 등 반도체 제조시설이 대거 들어선 애리조나주 제조업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10.2% 늘었고, 미국 ‘전기차 허브’라 불리는 조지아주 역시 6.4% 증가했다. 네바다주는 16.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역별로 제조업 회복 속도가 다른 이유는 바이드노믹스의 특징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친환경 부문에서 투자를 늘렸는데, 이 과정에서 옛 공업지대는 소외됐다는 것이다. 과거 수많은 제조 시설이 밀집해 있던 위스콘신주 밀워키 30번가 산업단지의 경우 주거 지역과 맞닿아 있고 고속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장이나 물류회사가 들어서는 데 한계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래된 도시의 생산시설은 경쟁력이 약하고 개조하기 힘들다”며 “오늘날 새로운 공장의 일자리는 땅덩이가 넓은 남부와 서부 외곽에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재선에 위협될까바이든 대통령은 러스트벨트의 민심을 잡기 위해 주요 유권자인 노동자들에게 ‘구애’를 펼쳐왔다. 자동차 업계와 노동조합 요구에 따라 전기차 도입 속도를 늦췄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자동차노조(UAW) 지지에 이어 지난 20일에는 미국 철강노조(USW)의 지지도 얻어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기다렸던 대규모 투자는 새로운 공업지대에 집중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제조업 육성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 간 격차는) 미국 경제가 역사적으로 양호한 상태인데도 북부 경합주의 많은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바이든 정부에서 인구가 많은 도시 지역보다는 토지가 넓은 외곽의 대도시 지역이 더 큰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크 레빈 위스콘신대 경제개발센터 교수는 “한때 대도시 지역 공장 일자리의 80~90%가 위스콘신 밀워키에 있었지만 최근 몇 년간 밀워키 비중은 25%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의 불만이 확산하면 바이든의 재선 도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스트벨트는 2016년에는 트럼프의 손을, 2020년에는 바이든의 손을 들어줬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위스콘신에서 단 2만682표 차이로 트럼프를 이겼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3%로 트럼프 전 대통령(47%)보다 4%포인트 뒤졌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