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밥상 물가가 화두입니다. 정부에서도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죠. 물가 문제는 생활에 밀접한 데다 수능에 내기 딱 좋은 비문학 유형이기도 하죠. 여러 가지 측면으로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물가는 말 그대로 물건(재화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죠.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의 물가가 오르내리는 건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지죠. 성수기 때 비행기표, 한여름의 야챗값 등이 그래요. 하지만 화폐의 가치 변동에 따라 물가가 달라지기도 해요.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 물가는 잘 오르지않겠죠.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물가는 더 가파르게 올라요. 실제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에서는 한때 휴지를 사기 위해 휴지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고 하죠.
물가는 국민 생활에 직결하기 때문에 모든 정부는 물가를 예의 주시하고 관리하려고 해요. 이를 ‘물가안정목표제’라고 합니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한다는 취지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출신인 폴 볼커는 물가안정에 대해 “전반적인 물가수준 변화에 대한 기대가 기업이나 가구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했어요. 쉽게 말해 밥상 물가가 너무 올라 학원을 끊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가의 기준은 소비자물가인데, 총 458개 품목을 기준으로 측정해요. 개별 품목의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증감률을 가중평균 내죠. 지출 비중이 큰 자동차, 전기료, 돼지고기 등의 영향이 커요. 우리나라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매년 2%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요. 좀 더 변동성이 낮은 물가지수는 근원물가입니다. 석유 같은 에너지 요금과 식료품 일부를 제외해서 변동성을 줄이고 중장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죠.
물가는 경기에 영향을 미쳐요. 경기는 곧 실업률을 좌지우지하죠. 그래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보여주는 곡선이 있어요. 필립스곡선이라고 해요. 1950년대 후반에 나온 이론입니다. 물가와 실업률이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는 내용입니다. 실업률이 낮으면 기업에서 사람을 더 돈 주고 뽑으면서 판매 상품의 가격도 오른다는 식의 논리죠. 그러니 물가와 실업률은 동시에 잡을 수 없는 토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며 물가도 실업률도 동시에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이 나타나버려요. 기존의 이론이 무너진 거죠. 결국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이하까지 낮추기 위한 정부의 부양정책은 물가상승만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물가는 그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대상입니다.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더 크게 돌아오죠. 그 때문에 금융당국은 간접적 방법을 통해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유도’합니다. 기준금리를 조정함으로써 물가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거죠. 금리를 높이면 돈의 가치가 높아지겠죠. 그만큼 돈에 대한 이자를 더 쳐준다는 뜻이니까요. 금리를 낮추면 반대로 돈의 가치는 낮아집니다. 금리가 낮을 땐 은행에 맡기지 않고 돈을 더 시중에 투자하고 굴리겠죠. 그만큼 돈이 돌게 되니, 돈의 가치도 상대적으로 떨어져요 .금리를 조정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공개시장운영, 여수신제도, 지급준비금 등이 있습니다. 공개시장운영이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중앙은행이 국가가 보장하는 빚 보증서와도 같은 ‘국공채’를 사고팔면서 시중의 돈을 조절하는 겁니다. 채권을 팔면 시장에 있는 자금을 빨아들이죠. 긴축입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국채를 사들이면 돈이 풀려요. 이게 양적완화입니다. 긴축은 금리 인상을, 양적완화는 금리 인하를 목표로 하죠.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금융당국이 갖고 있는 고민은 뭘까요. 금리를 높이면 경기가 위축되니 쉽게 올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리면 안그래도 관리하기 어려운 물가가 더 오를까 싶죠. 금리는 못 올리고 물가는 잡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규제완화, 수입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고 애쓰는 이유기도 합니다.
고윤상 기자NIE 포인트1. 물가안정목표제란 무엇일까.
2. 물가를 조정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3. 물가를 직접 조정하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