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6일 오후 4시 54분
SK그룹은 요즘 자본시장의 최대 관심 기업이다. 지난해까지 ‘딥체인지’를 내걸고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섰던 SK그룹이 올해부터는 반대로 매물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돼서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IB가 SK그룹에 계열사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도체 소재 제조사인 SK스페셜티와 SK실트론의 매각 혹은 유동화 방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SK그룹이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 인수 후보가 나오면 거래가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불려온 SK에코플랜트가 계열사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러 사모펀드(PEF)에 상장을 약속하고 1조원을 조달했는데, 상장을 위해선 부채를 줄이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을 대상으로 발행한 3236억원 규모 교환사채(EB)의 금리가 연 8.45%에 달한다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SK에코플랜트가 1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동남아시아 폐기물 처리업체 테스,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 등 계열사들이 매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SK 관계자는 “앞서 거론된 회사들에 대한 매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계열사는 매각 절차에 시동을 걸었다. SK네트웍스는 오랜 기간 검토해온 SK렌터카 매각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동박 제조사 왓슨 모회사 론디안왓슨 2대주주 지분(30%) 매각도 추진 중이다. 그룹 차원에서 3조원을 투입한 베트남 등 동남아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더 내고 있다.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SK 지분율 6.1%)과 베트남 재계 2위 마산그룹(9.5%)을 비롯한 7개사 지분이 매각 대상이다.
SK그룹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M&A에 대해서도 ‘메스’를 대고 있다. 그룹 2인자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주사인 SK㈜의 M&A 파트와 각 계열사 M&A 부서가 같은 회사를 서로 인수하려고 했던 일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임직원의 성과평가(KPI)에 자산 매각을 포함한 ‘포트폴리오 재조정’ 성과가 반영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차준호/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