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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에 이어 실업급여 개편에 나선다. 실업급여가 실직자의 재취업 의지를 꺾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지급 기간을 줄이고 수급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7일(현지시간)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현지 방송사 TF1과의 인터뷰에서 “완전고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프랑스 국민이 일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은 실업급여 개편 계획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기존 18개월(53세 이하 실직자 기준)에서 최소 12개월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아탈 총리는 “실직자들이 (수급 기간) 1년이 지나면 직장 복귀가 훨씬 줄어든다”며 “우리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직장으로 돌아오도록 장려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실직 전 2년 사이 6개월 근무하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 요건도 실직 전 1년6개월 사이 6개월 근무로 강화하기로 했다. 최종 개편안은 오는 9월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실업급여 개편을 통해 노동시장을 활성화하고 과다한 급여 지출을 줄여 재정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실직 1년 후 실업급여가 이전 소득 대비 66%(2022년 말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가운데 일곱 번째로 높다.佛, 실업급여 수급요건 깐깐하게…"재정적자 줄일 것"
"재취업 의지 꺾는다" 지적에…마크롱 민심 잃어도 개혁 강행프랑스는 실업급여를 과도하게 지급해 실직자들의 재취업 의지를 꺾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53세 이하 실업자에겐 최장 18개월간 실업급여를 주고 있다. 실업률 9% 이상으로 구직이 어려운 상황이면 지급 기간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53~54세는 최장 23개월 지급에 8개월 연장, 55세 이상은 최장 27개월 지급에 9개월 연장이다. 연장 기간을 포함해 최장 3년에 걸친 지급 기간이 실직자들의 노동 의욕을 떨어트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실업급여 개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추진하는 노동 개혁의 일환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취임한 직후부터 ‘완전 고용’을 목표로 노동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신규 채용하는 기업은 기존 고임금 인력을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부당 해고 시 지급하는 ‘해고 배상금’에도 상한선을 설정했다. 또 국외 경영 실적이 좋더라도 프랑스 내 사업이 적자면 정리 해고를 할 수 있게 했다. 기업 단위의 임금 단체협상이 산별 노조의 합의보다 우선할 수 있게 노동법을 개정했다. 노동자 조직도 줄였다. 직원 50명 이상인 기업은 노조 외에 ‘종업원 대표, 건강·안전위원회, 노동자 협의체’ 설치가 의무였는데 이 세 조직을 하나로 통합시켰다.
마크롱의 노동 개혁은 수치로 성과가 드러났다. 프랑스 노동시장에 유연성이 높아지자 외국 기업의 투자가 급증했다. 2018년 1월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는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포함해 2023년까지 약 35억유로를 투자했다. 일본 도요타의 투자액도 3억유로에 달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019년부터 4년 연속 유럽 1위다. 고용률이 올랐고 실업률은 떨어졌다. 마크롱 정부가 출범하기 전 10%를 웃돌던 실업률은 지난해 7.5%로 내려왔다. 2013~2015년 64%대에 머물던 고용률은 지난해 68.6%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개편은 노동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재정적자 감축 목적도 있다. 프랑스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5%였다. 프랑스 정부는 실업급여 개편 등 긴축재정을 통해 이를 2027년까지 2.7%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 실업급여 개편이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프랑스 노조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드니 그라브유 노동총연맹(GCT) 위원장은 AFP에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발표한 개편안은 내용도, 방식도 문제”라며 “실업자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비판했다.
오현우/김세민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