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여겨지는 대니얼 카너먼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이날 뉴욕타임즈 등 외신은 고(故) 카너먼 명예교수의 파트너인 바버라 트버스키 미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향년 90세. 유족의 뜻에 따라 구체적인 사망 장소와 시점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 카너먼 교수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완전히 이성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전통 경제학과 달리 행동경제학에서는 정신적인 편견 등으로 인해 직관과는 반대되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 복잡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은 단편적인 정보나 편견(휴리스틱)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선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카너먼 교수는 '손실 회피'를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로 여겼다. 100달러를 잃는 것에 따른 실망이 100달러를 얻는 쾌락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손실에 따른 고통이 더 큰 점이 이 개념으로 설명된다. 또 골퍼들이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버디 퍼트를 할 때보다 보기를 범하지 않기 위해 파 퍼트를 할 때 더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유대인인 카너먼 교수는 어린 시절 나치의 탄압을 피해 생활하며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후 평생의 학문적 동지인 에이머스 트버스키 스탠퍼드 교수와 함께 인간의 비합리성이 경제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행동경제학은 1985년 시카고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회의를 통해 주로 학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2011년 '생각에 관한 생각(원제 ‘Thinking, Fast and Slow’)'이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엔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카너먼 교수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카너먼 교수와 대부분의 작업을 함께한 트버스키 교수는 이에 앞서 1996년 사망해 공동 수상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와도 인연이 깊다. 카너먼 교수는 그를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다만 이후 이 일화에 대해 언급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행동경제학의 할아버지"라고 첨언했다.)
행동경제학을 정립한데다 이로 인해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지만 그는 경제학을 전공한 적이 없다. 심리학을 전공해 평생 심리학을 가르쳤다. 자신을 경제학자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