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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연초 이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성장주들이 무서운 질주를 하면서, 가치주 대비 성장주들의 초과 성과는 더욱 벌어지는 국면이다. 각종 News Flow에 반응하는 투기적 테마주들에 대한 열기 또한 매우 뜨겁다. 성장주들의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일부에서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했던 유동성의 버블 국면이 재현된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비록 기술적인 부담은 존재하나, 성장주 중심으로 나타나는 시장의 상승 국면에 대해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투자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다시 민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추세적인 금리인상에 나선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 선진국 경제의 모멘텀을 유지시킨 유일한 동력은 정부 지출이었다. 즉, 민간경제의 체력이 허약한 상황에서, 강력한 신용을 보유한 정부가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선다는 정책이 그나마 경기의 사이클을 받쳐왔던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서 경기 민감주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흐름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 이후, 투자의 주체가 빠르게 교체되는 중이다. 2020년을 바닥으로 현금흐름이 추세적으로 개선된 민간 기업들의 투자 여력은 상당히 늘어난 반면, 늘어난 국가채무로 인해 추가적인 재정정책의 여력이 크게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투자와 정부지출은 자금을 투입하는 목표 자체가 엄청나게 다르다. 정부가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목적은 결국 단기적인 부양을 통한 고용의 창출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이 투자를 집행하는 목적은 장기적인 성장과 이를 통한 주주가치의 제고다. 정부 정책 대비 민간기업들의 투자가 집행되는 영역이 훨씬 더 모험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들어, 인공지능에 기반한 획기적인 사업모델들에 주식시장이 부쩍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장 산업들에 투자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반드시 주식시장의 버블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최근의 시장국면을 살펴보면, 가시적인 실적을 제시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경우,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친환경 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적의 성장기반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단기적인 전망은 불투명하니 모험적인 투자자금이라도 선뜻 진입을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반도체 업종이 유달리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명확해 진다. 막혀있는 투자의 물꼬가 일시에 뚫리는 사이클에서, 실질적인 실적도 뒷받침하는 업종이 반도체 업종 이외에는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업황 사이클의 하락반전을 확인하기 이전까지는 일단 주식을 들고가자는 심리가 투자자들을 지배하게 된다. 반도체 업종을 매도하고, 새로 진입할 대안 자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COVID-19 이후 상당 기간 막혀있던, 성장 산업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의 물꼬가 급작스럽게 열리는 상황이다. 그간 자금을 축적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여력은 상당히 커졌고, 배당보다는 성장동력의 확보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지속적으로 투자에 대한 욕구를 유도할 수 있는 News Flow를 보유한 분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