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ABC 승부수'…신성장 동력 올인

입력 2024-03-27 18:45
수정 2024-03-28 02:51
㈜LG가 27일 주주총회에서 2028년까지 국내에 100조원 규모의 ‘통 큰 투자’ 계획을 공개한 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ABC’(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ABC는 구광모 LG 회장이 2018년 취임 이후 가장 공들이는 사업 분야다. 연구개발(R&D)에 55조원을 쏟아붓는 동시에 인프라 구축, 인수합병(M&A), 인재 유치 등에도 투자해 국내외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최우선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2020년 출범한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기반으로 AI R&D에 집중하는 조직이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선보인 엑사원2.0을 기반으로 3대 플랫폼인 유니버스(언어), 디스커버리(난제), 아틀리에(창작)를 개발했다. 이들 플랫폼은 이미 LG의 계열사 및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주 단위로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LG는 앞으로 추가적인 R&D 투자로 AI 기술을 고도화해 AI 관련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에선 신약 개발에 대규모 투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는 LG화학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를 중심으로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공들이고 있다. 지난해 신약 개발에 투입된 R&D 자금은 약 30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동안엔 M&A 등에 투자금이 쏠렸다면 올해는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R&D 및 시설 투자에 투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 저감,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도 집중 육성한다.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친환경 고부가가치 신사업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를 통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으며 주력 사업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분야엔 대규모 시설 투자 및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5년간 10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은 2022년 발표한 국내 106조원 투자 계획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지난 2년간 약 45조원이 투입된 걸 감안하면 7년에 걸쳐 총 145조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구 회장은 이날 “저성장 위기를 이겨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기회가 형성되기 마련”이라며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불가능한 LG만의 가치를 고객에게 건네기 위해 LG가 벌이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