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역세권 용적률 1.2배로…4만가구 재건축 '숨통'

입력 2024-03-26 18:56
수정 2024-05-31 16:10

서울시가 26일 ‘강북권 대개조 구상’을 내놓은 건 노원·도봉·강북구가 속한 강북권 일대가 50년간 ‘베드타운’으로 낙후돼 있어서다. 기업이 모이는 업무·상업시설은 강북권을 합쳐도 서울 광화문 등 도심의 60%에 그친다. 500조원에 가까운 서울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강북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조원에 불과할 정도다.

서울시는 강북권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상업지역 총량제’를 풀고, 고층 오피스와 쇼핑몰을 지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도봉구 창동 차량기지 등 대규모 부지는 민간사업자가 용도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균형발전 사전협상제’(화이트사이트)를 처음 적용한다. 사업성이 낮았던 강북권 일대 역세권 아파트는 최대 용적률의 1.2배까지 허용해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상업지역 총량 풀어 업무지구 조성상업지역 총량제는 2030년까지 서울시가 자치구별로 상업지역 총량을 배정하고, 그 안에서 상업지역을 지정하는 제도다. 상업지역 총량제가 풀리면 고층 오피스와 쇼핑몰을 지을 상업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동북권(343만㎡)과 서북권(176만㎡)의 상업지역 면적이 도심권(814만㎡)이나 동남권(627만㎡)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점을 고려했다. 서울시는 총량제 해제를 통해 강북권의 상업지역을 두세 배 확대해 강남권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북권에서 상업지역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카드는 화이트사이트다. 기존 도시계획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규모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용적률은 일반상업지역 법적상한용적률(800%)의 1.2배까지 주어지고, 공공기여율 상한선이 60%에서 50%로 완화된다.

서울시는 화이트사이트를 강북권 대규모 유휴부지에 집중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적용대상지로 창동 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25만㎡)이 거론된다. 이 부지와 동쪽으로 인접한 NH농협부지(3만㎡)는 주거지와 쇼핑몰이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청량리 차량기지 일대(35만㎡)와 이문 차량기지(21만㎡), 신내 차량기지(34만㎡) 등 다른 차량기지에도 적용된다.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미디어 콘텐츠와 연구개발(R&D) 중심의 서울창조타운으로 재조성할 계획이다. 화이트사이트 적용 대상지는 상반기 검토를 거쳐 이르면 7월 결정된다. 월계·중계 역세권, 준주거로 종 상향노원·도봉·강북구 일대 노후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지원 방안도 이번 대책에 담겼다. 이 지역은 임대주택이나 공공기여(기부채납)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1990년대에 들어서 사업성의 기준이 되는 서울시 허용용적률(3종 주거, 230%)을 웃도는 단지가 많다.

우선 역세권 아파트에 법적 용적률 최대치의 1.2배(360%)까지 부여하기로 했다. 용적률 250% 전후인 단지 기준 100%포인트 안팎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역세권에선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하고, 전체 공공기여율을 15%에서 10%로 낮추는 인센티브도 검토할 수 있다. 준주거지역이 되면 용적률 최대치는 500%까지 가능해진다. 서울시는 재건축이 어려웠던 65개 단지, 4만2000여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혜택은 서울 전역에 적용되지만, 수혜지는 강북권에 몰려 있다는 게 서울시 분석이다.

북한산 밑이라는 이유로 고도 제한이 걸린 지역에 대한 정비사업도 지원한다. 모아타운을 추진할 때 자연경관지구는 기존 3층에서 약 7층(20m)으로, 고도지구는 20m에서 최대 45m로 풀어주는 방식이다.

재개발 대상지도 286만㎡에서 800만㎡로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 확대된다. 지난 1월 말 시행된 도시정비법 시행령으로 노후도 기준이 67%에서 60%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접도율(붙어 있는 도로 폭) 기준도 4m 도로에서 6~8m로 완화된다. 폭 6m 미만 소방도로를 확보하지 못한 노후 주거지도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속통합기획을 활용하면서 정비계획 입안을 동시에 진행하면 정비사업 기간을 추가로 1년 더 단축할 수 있다”며 “재건축 시작부터 준공까지 7~8년 안에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