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만난 박근혜 "나라 어려울 때 단합하는 게 중요"

입력 2024-03-26 18:52
수정 2024-03-27 01:47

26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의 공천 취소 등으로 강성 보수층이 반발하자 ‘집토끼’ 사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30여 분간 머물렀다. 이 자리에 동행한 유영하 대구 달서갑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국정 현안에 대한 여러 조언을 했고 당부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해 수호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만나는 걸 봤다”며 “경제도 어렵고 나라도 어려운데 위기일 때 뜻을 모아서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전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의대 증원 문제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위원장은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수사를 해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박 전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예방 직후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국정 전반과 현안들, 살아오신 이야기 등 굉장히 좋은 말씀을 들었다”며 “따뜻하게 말씀해주셨고, 저도 대단히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와 입장이 달라진 것이냐’는 질문엔 “(박 전 대통령은) 사면받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조국이나 이재명처럼 나라를 장악하겠다고 말씀하고 계시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도태우 변호사가 ‘5·18 막말 논란’에 휩싸이자 대구 중·남구 공천을 취소했다. 도 변호사는 해당 지역구에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상태다. 일부 강경 지지층도 해당 결정에 반발하며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 위원장이 보수의 상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찾아뵐 계획”이라며 보수층 결집에 속도를 낼 방침을 밝혔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