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자라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고물가로 옷이 잘 팔리지 않자 브랜드들이 신규 주문량을 크게 줄인 데 따른 영향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지난해 매출 3조6044억원, 영업이익 6391억원을 거뒀다. 2022년에 비해 각각 7.8%, 22.4% 줄었다. 주력 사업인 아웃도어·스포츠의류 OEM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데, 지난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미국 유럽 등에서 의류 재고가 대량으로 쌓이자 브랜드사들이 신규 주문을 일제히 줄였다는 설명이다.
영원무역뿐 아니다. 갭, 자라, 랄프로렌 등 캐주얼 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는 한세실업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5% 감소한 1조7087억원, 영업이익은 25.7% 줄어든 1682억원이었다.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아디다스의 신발을 생산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지난해 신발 부문 매출이 27.98% 감소했다.
업계에선 의류 OEM 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올 상반기까지는 신규 주문을 늘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랜드사들이 과잉 재고로 몸살을 앓은 시기에서 막 벗어났기 때문에 재고 확충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수주 증가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이런 전망을 반영해 OEM 기업들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SK증권은 최근 영원무역 목표주가를 6만원에서 5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투자증권도 한세실업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 낮춘 2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