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세기(식기세척기) 꼭 써야 하나." 주변과 상의하며 고민하던 40대 직장인 A씨는 설거지하느라 퇴근 후 어린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결국 소형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다. 그는 "막상 식세기를 써보니 너무 좋다. 진작 살 걸 그랬다"고 말했다.
A씨와 비슷한 고민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러한 식기세척기 사용자들은 대체로 구입을 추천하는 편이다. 한 맘카페 회원은 "한 번 편하게 느껴지면 매일 쓰게 된다. 텀블러 세척이나 기름기 제거에 최고"라고 했다.
특히 육아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서 아이를 돌보거나 유치원·학교 숙제를 봐줄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게 됐다는 평이 많았다. 손으로 직접 설거지할 때보다 깨끗하게 세척될 뿐 아니라 여윳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
막상 식기세척기를 잘 쓰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사용한 그릇을 '애벌 세척' 먼저 한 뒤 식기세척기에 넣어야 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맘카페 회원은 "(집에) 입주하면서 유상 옵션으로 식기세척기를 넣었는데 손이 잘 안 간다. 애벌 세척하는 시간이나 설거지 하는 시간이 그게 그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식기세척기 판매량은 증가 추세다. 전자랜드가 이달 1~25일 판매된 식기세척기 수량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증가했다.
다수 사용자들은 애벌 세척을 하더라도 조금이나마 가사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40여년간 직접 설거지를 하다 최근 식기세척기를 구입한 서울 성동구의 60대 여성 B씨는 "애벌 세척도 해야 하고 대형 식세기가 아니면 프라이팬이나 냄비는 직접 설거지 해야 하지만 그래도 시간이 확실히 절약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가사노동 시간을 하루 평균 15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기준으로는 7시간 이상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식기세척기가 혼수·이사를 위한 필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판매량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전자랜드에서 5종 이상의 가전제품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고객 가운데 식기세척기를 함께 사는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55%). 2019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가사노동 시간 절감을 원하는 맞벌이 신혼부부 등이 많아 식기세척기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한 번 써보면 안 썼을 때로 되돌아가기 힘든 가전제품이 식기세척기"라고 부연했다.
제조사들은 식기세척기 성능 변화로 잠재적 소비자층을 공략 중이다. 세제 없이 젖병이나 유아식기 세균을 제거하는 '젖병 살균' 기능을 추가한 신제품은 신혼부부 사이에서 호평을 얻었다. 초고온 스팀을 사용해 말라붙은 기름때나 밥풀을 제거하는 제품들도 주부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업계는 식기세척기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각종 할인 혜택을 내세워 매출 신장에 발 벗고 나섰다.
롯데하이마트는 기획전을 통해 행사카드로 식기세척기 구매 고객에게 카드별로 12~15%, 최대 20만~5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자랜드도 이달 말까지 공식 온라인몰에서 식기세척기 행사 모델을 최대 12%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행사카드를 사용할 경우 최대 14만원의 캐시백 혜택도 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